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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보복폭행 사건 현장에 있었던 김아무개(51) 한화그룹 비서실장(앞쪽)이 8일 오전 경찰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남대문경찰서에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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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서실장·협력업체 사장 갑자기 자진출두
물증 드러나자 ‘시간끌기 무의미’ 판단한듯
휴대전화 위치추적 성과에 이어 조직폭력배 개입 확인. 급물살을 타는 경찰 수사로 김승연(55) 한화그룹 회장의 입지가 점점 줄어들자, 닫혔던 한화 쪽 입이 조금씩 열리고 있다.
한화그룹 협력업체 ㄷ토건의 김아무개(49) 대표가 7일 저녁 경찰에 나와 조사받은 데 이어, 김 회장의 보복폭행 사건 현장에 있었던 김아무개(51) 한화그룹 비서실장도 8일 서울 남대문경찰서에 나와 조사를 받았다.
김 실장은 이날 경찰에 출석해 “(ㅅ클럽) 종업원들은 장소 이동에 대해 흔쾌히 동의했고, 차 안에서 자유롭게 휴대전화를 사용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김 실장이 청계산 근처에 간 것은 인정했지만 김 회장과 둘째아들, 아들 친구는 청계산에 가지 않았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또 조직폭력배 동원은 없었으며, 자신은 누가 종업원들을 때렸는지 모른다고 진술했다고 전했다. 경찰은 김 실장을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이들이 잇따라 경찰에 자진 출석한 것을 두고, 경찰은 물증이 속속 드러나는 상황에서 계속 시간끌기와 부인만 할 수는 없다는 한화 쪽 상황 판단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김 비서실장은 “우리 직원들이 다소 솔직하게 진술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서도 솔직하게 진술하겠다”며 “이제는 진실을 밝히고 사실관계를 정리할 시기가 됐다”고 말했다. ㅅ클럽 종업원들이 ‘장소 이동’을 했다는 점을 한화 쪽이 스스로 언급한 점도 눈에 띈다.
하지만 김 실장 등이 뒤늦게야 사실을 밝히겠다며 경찰에 나온 것에 대해 경찰은 이들이 최소한의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조직폭력배 개입이나 납치·감금 등 결정적인 부분은 여전히 부인하면서 김 회장과 둘째아들을 보호하려는 의도로 보고 있다. 김 실장이 그동안 한화 쪽 관계자들의 거짓 진술 이유로 “직원들이 경찰 수사를 믿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몰아치기식 수사” “불공정했던 수사행태” “수사 왜곡” 등의 표현을 써가며 경찰 수사의 신뢰성을 공격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는 것이다.
이름 밝히기를 꺼린 경찰청 고위 관계자는 “경찰이 강하게 나오자 한화 쪽에서 (이들을) 자진 출두시킨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 수사팀 관계자는 “김 실장이 경찰에 나오기 전 다른 피의자들과 여러 차례 만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이날 ‘범서방파’ 간부급 조직폭력배 오아무개(54)씨가 사건 당일 20대 청년 5~6명에게 연락한 사실과 ㅅ클럽 사장의 고향 선배인 이아무개(56)씨에게도 전화한 사실 등을 확인했다. 경찰은 또 지난달 27일 캐나다로 출국한 오씨의 소재 확인을 인터폴에 요청했다. 김남일 하어영 최원형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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