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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5.09 17:52 수정 : 2007.05.09 17:52

서울대 안에서 20여 년간 노점을 해온 이른바 ‘김밥 할머니’가 얼마 전 학교 측에 의해 영업금지 조치를 당했다. 무허가 상행위를 근절하지 않을 경우 다른 잡상인들이 들어올 수 있으며, 여름철을 앞두고 식중독 사고가 우려된다는 이유다. 이에 대해 학생들은 ‘이해할 수 없는 처사’라며 반발하고 있다.

학교 측의 조치는 일견 타당하다. 예외는 또 다른 예외를 불러오기 마련이며, 식중독과 같은 질병은 학생들의 건강안전을 위해 철저히 예방하는 것이 학교의 의무라면 의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학생들은 이에 동의하지 않고 있다. 입학식 및 졸업식 등의 행사 때마다 들어오는 다른 잡상인들과의 형평성 문제도 있거니와 식중독에 대한 학교의 우려가 지나치다는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김밥 할머니에 대한 학교 측의 처사가 ‘교육기관’으로서 올바르지 못하다는 데에 있다.

서울대의 이번 조치는 행정 편의주의적인 느낌이 강하다. 비록 절차적으로나 논리적으로나 별다른 하자는 없지만 그 속에서 ‘사람에 대한 고민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다. 규정은 지켜지기 위해 존재하지만 동시에 언제나 사람을 위해 존재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사람이 소외된 규정 준수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할머니와 서울대의 20년간의 인연은 ‘무허가 불허’라는 규정 앞에 그렇게 무기력하게 무너져 내렸다.

물론 학생들의 반발을 할머니에 대한 단순한 동정심의 발로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의 행동은 각자의 가슴 속 심연에 ‘할머니 역시 우리 서울대의 공동체 구성원’이라는, 즉 동정심보다 한 차원 높은 일종의 ‘연대감’이 자리하고 있었기에 가능했다. 효율과 편리의 논리가 아닌 ‘사람’과 ‘가치’에 대한 ‘신뢰’ 말이다. 이것은 배우는 입장의 학생들에게는 전공서적의 이론보다 훨씬 중요한 것이며, 가르치는 학교 입장에서는 마땅히 모범을 보여야할 무엇이다. 그런데 지금의 상황은 오히려 학생들이 학교에 한 수 가르치는 모양새다.

서울대는 ‘규정’과 ‘사람’을 동시에 지켜낼 수는 없었을까. 그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 하더라도 한번쯤 ‘노력’과 ‘모색’이라도 해볼 수는 없었던 것일까. 일례로 할머니가 파는 음식에 대한 위생검사 쯤은 학교 측에서 그리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는 일일 텐데 말이다.

‘20년간 장사했으니까 좀 봐달라는’ 얘기가 아니다. ‘20년 역사를 함께 했으니 할머니도 엄연한 서울대의 일원이자 가족’이라는 얘기다. 사람에 대한 서울대의 고민이 아쉽다.

(*이 기사는 네티즌, 전문가, 기자가 참여한 <블로그> 기사로 한겨레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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