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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5.09 18:02 수정 : 2007.05.09 18:02

동네 입구에 “제일 싼 집”이라는 간판을 건 가게가 있다. 사람들은 간판만 믿고 가보지만 별로 싼 것 같이 않다. 다른 가게와 견주어 보아도 엇비슷하다.

이 가게 주인은 왜 이런 간판을 걸었을까?

우선 간판을 믿고 들어오는 손님만 잡으면 승산이 있다고 생각한다. 한번 거래한 손님이 다시 오지 않아도 상관치 않는다. 간판이 또 다른 손님을 끌어 줄 것으로 믿고 있다. 그러나 평생을 할 것이라고 자신했던 이 가게는 몇 달이 되지 않아 문을 닫게 되었다. 손님들이 가게 간판이 거짓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발길을 돌려 버렸기 때문이다.

장사는 신용이 제일이다.

겉과 속이 변함이 없어야 거래가 계속되고 설사 이문이 적게 나도 동네 사람들을 위해 봉사하는 마음으로 부지런히 하다 보면 단골손님도 생기고 입소문을 통해 새로운 손님도 찾게 된다. 이런 가게는 대를 이어 장사를 해도 결코 망하지 않는다. 사람들의 마음을 얻었고, 서로간의 믿음이 자리를 잡고 있으니 말이다.

지금 우리나라에는 나라 일을 하겠다는 애국자들이 모인 집단이 있다. 이름 하여 정당이란 것이다. 이 정당들의 간판을 보면 작명의 기술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간판을 내 건 사람들의 행태를 보면 간판의 진실성을 의심하게 된다.


먼저 열린 우리당을 보자.

이 당은 만민에게 문이 활짝 열려 있으며 우리 모두의 당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열려 있다는 것이 얼마나 좋은가. 우리 조상들은 문을 열어 놓고 살아 왔다. 지금도 제주도에는 문이 없는 집이 간혹 있다. 나갈 때는 집이 비어 있다는 표시로 막대기 하나를 걸쳐 놓는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모습인가. 하지만 민심이 각박해지고, 도둑이 기승을 부리니 문을 잠그고 열기가 무서운 세상이 되었다.

이런 세상에 열린 정당이 나타났으니 온 국민이 환호 할만하다. 거기다 우리의 당이라니 더 이상 무엇을 바라겠는가. 세계에서 내 것을 우리 것으로 표현하는 민족은 우리 밖에 없다. 우리 자식, 우리 가족, 우리 아내, 우리 남편, 우리 사회, 우리 국가 등 헤아릴 수 없다. 어느 나라에서 내 아내를 우리 아내라고 부르는가. 아내가 우리의 공동 소유란 말인가. 아니지 않는가.

이런 좋은 간판을 내 건 열린 우리당의 오늘의 모습은 어떠한가.

열렸다고 외치면서 문을 닫아걸고, 우리라고 내 세워 놓고 끼리, 끼리, 패거리 집단을 만들어 놓았기에 100년 약속에 5년도 체우지 못하고 갈기갈기 찢기고 있지 않는가. 사람도 마음을 열어야 친구가 있고, 가게도 문을 열어야 장사를 하고, 나라도 문을 열어야 교류를 한다. 열지 않으면 고립되고, 그래서 혼자만이 살 수 없는 것이 오늘의 세상이다. 열려 있다고 간판을 내 걸고 닫고 있으면 이는 거짓이요, 사기다.

한나라당은 또 어떤가.

이들이 내 세우고 있는 “한”이라는 뜻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르지만 “하나”이거나, “큰”이란 뜻일 수 있을 것이다. 하나의 당 그리고 큰 정당을 꿈꾸는 그들이 과연 간판의 뜻을 이해하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대권에 눈이 먼 주자들은 앞을 보지 못하고 박이 터지도록 싸우고 뛰쳐나가고 중상모략하고....지켜보는 국민들이 민망할 정도로 가관이다. 이 또한 거짓간판을 달았든지 아니면 간판을 유지할만한 자질이 부족한 사람들인지 분간하기 어렵다. 이런 집단이 나라를 다스리겠다고 나서니 나라는 무엇이고, 국민은 그들에게 무엇을 바라겠는가. 내일이 보이지 않는다.

또 다른 정당들도 간판만은 화려하다.

국민중심당, 민주당, 민주노동당 그리고 새로 내 건다고 하는 중도통합신당등 하나같이 간판 값하기에는 자질이 미달되는 끼리끼리의 정당들이다. 국민의 중심에 서겠다는 정당의 초라한 모습을 보거나 민주를 절대 가치로 내 세우고 있으나 지역주의에 매달려 있고, 사회주의를 민주로 위장하고 있는 행태들에서 간판의 진실성이 보이지 않는다. 좌파가 중도로, 구태를 답습하면서 개혁을 주장하고, 당을 깨고 있는 자들이 통합을 외치고, 패거리는 새롭게 변하기를 거부하면서 간판만 내 걸면 신당인가.

이제 정당의 거짓 간판을 가지고 대 국민 사기극은 중단되어야 한다. 감당하지 못하는 간판은 내려야 한다. 그리고 자신들의 수준에 맞는 간판을 내 걸고 진솔하게 자신들의 정체를 국민 앞에 솔직히 들어내어야 한다. 국민들은 사기의 대상이 아니다. 그들 까지를 포함한 나라의 주인이다. 그들이 거짓간판을 내 건 가게의 주인이라면 국민은 동네 사람들이다. 동네 사람들이 아직도 가게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동안 거짓간판을 내리든지 아니면 간판에 걸 맞는 진실함을 보이든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할 것이다.

12월 까지는 이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이 기사는 네티즌, 전문가, 기자가 참여한 <블로그> 기사로 한겨레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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