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어 서툰 영어강사’ 이유 있었네
|
파나마 등 비영어권 무자격자 백인 이유로 ‘원어민’ 둔갑
유치원서 알파벳등만 교육…수도권 학원 46곳 적발
2001년 7월 불가리아에서 관광비자로 입국한 ㄱ(38)은, 같은 비자로 입국해 저임금에 힘든 공장일을 하거나 단속반을 피해 도망다니는 여느 동남아 출신 불법체류자와는 사뭇 다른 대접을 받았다.
그는 경기 안산시 한 어학원에 ‘원어민 강사’로 취직했고, 학생들을 가르치며 다달이 200여만원을 받았다. 대학을 나오지 않아 강사 자격도 없었고 비영어권 출신이지만, 백인인 데다 영어도 몇 마디 할 줄 알았기 때문이다. 콜롬비아 출신 ㄴ(27)과 파나마에서 온 ㄷ(32)도 ㄱ과 다를 바 없지만, 같은 이유로 ‘선생님’으로 한국 생활을 했다.
시간당 4~5만원을 받고 수도권 일대 영어학원 등에 원어민 강사로 취업한 이들은 자신들을 학원에 알선한 브로커들에게 소개비 명목으로 수입의 25%~30%를 떼주며 ‘안정된 생활’을 해왔지만, 최근 경찰에 적발돼 강제출국을 기다리고 있다.
경기지방경찰청은 9일 관광 또는 유학 비자로 입국한 뒤 수도권 일대 어학원에서 무자격 강사로 일해온 혐의(출입국관리법 위반)로 외국인 46명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또 이들의 취업을 알선하고 돈을 챙긴 혐의(직업안정법 등)로 김아무개(39)씨 등 브로커 4명과 무자격 원어민 강사를 고용한 혐의(출입국관리법 위반)로 정아무개(44)씨 등 수도권지역 어학원 대표 56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이들이 유치원 어린이반 등을 맡아 ‘알파벳’이나 숫자 세기 등을 가르치며 초보적 수준인 자신들의 ‘영어실력’을 숨겨왔다고 전했다.
경기경찰청 외사계 김수광 팀장은 “불법 취업 강사들은 ‘영어 몇 마디만 할 수 있는 외국인이면 누구나 관광은 물론 돈까지 벌 수 있다’는 인터넷 광고를 보고 입국했다”면서 “한국의 영어교육 현실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에 경찰에 적발된 무자격 원어민 강사는 중국인이 17명으로 가장 많았고 캐나다인 10명, 미국인 7명, 뉴질랜드인 4명, 기타(비영어권) 8명 등이었으며, 어학원은 영어학원 46곳, 중국어학원 10곳이다.
수원/김기성 기자 player18@hani.co.kr
중국인 가짜 유학생도 ‘들통’
거짓서류 이용 학원등 불법취업 95명 적발 각종 거짓 서류로 한국에 유학온 뒤 불법취업한 중국인 가짜 유학생들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경남지방경찰청 외사수사대는 9일 국내에 불법취업한 혐의(출입국관리법 위반 등)로 중국인 가짜 유학생 91명과 학원강사 4명 등 모두 95명을 적발해 이 가운데 6명을 구속하고 89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적발된 중국인 가짜 유학생은 경남 ㅊ대학 88명과 전북 ㄱ대학 3명이다. 이들은 중국 현지 유학원에서 만들어준 가짜 졸업증명서, 성적증명서, 호구부(호적증명서), 은행잔고증명서 등으로 국내 전문대학에 유학온 뒤, 대학에 다니지 않고 국내 제조업체나 유흥업소에 불법취업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졸업할 때까지 내야 할 학비 모두를 대학에 미리 내고, 입학 뒤 1~6개월 안에 모두 대학을 떠나 불법취업했다. 일부는 숙소 때문에 대학 기숙사만 이용했다. 적발된 가짜 학원강사들은 이들의 부모로, 역시 거짓 서류를 이용해 원어민강사 자격으로 입국해 중소기업에 불법취업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창원/최상원 기자 csw@hani.co.kr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