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체 65곳 중 일부 금품수수 밝혀져
병역특례 비리를 수사 중인 검찰이 20년 이상 사학재단 이사장을 지내면서 정보통신 업체를 운영한 박아무개(66)씨가 자신의 회사 대표이사를 다른 사람으로 바꾼 뒤 아들을 산업기능요원으로 편입시킨 단서를 잡은 것으로 10일 확인됐다. 박씨는 한 방송사 이사이자, 사단법인 ㄱ협회 이사장을 맡고 있다. 검찰은 박씨가 병역특례업체는 본인이나 4촌 이내 혈족 채용을 금지하고 있는 병역법을 피하기 위해 이처럼 ‘가짜 사장’을 내세운 것으로 보고, 혐의가 드러나는 대로 소환할 방침이다.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김회재)는 최근 이 회사 대표이사인 ㅇ(42)씨를 불러 조사했다. 박씨는 바코드 개발 업무를 하는 ㅇ업체를 1991년 설립했고 1994년 10월~96년 9월 사이와 2000년 8월~2004년 2월 사이 대표이사를 지냈다. 박씨가 2004년 2월 대표이사를 그만둔 뒤 이 회사 직원이던 ㅇ씨가 대표이사로 취임해 지금까지 일하고 있으며, 박씨의 둘째아들이 2004년 이 업체에 병역특례요원으로 들어갔다. ㅇ씨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아들 박씨를 특례요원으로 뽑았을 때는 전임 대표이사의 아들이란 것을 몰랐고, 나중에야 알았다”며 “난 ‘가짜 사장’이 아니라 실제 대표이사”라고 말했다. 하지만 특례요원인 박씨는 정보통신 업무와 전혀 관련이 없는 법학을 전공했다. 이에 대해 ㅇ씨는 “이전에도 전공과 무관한 사람들을 특례요원으로 채용했는데, 일을 잘해 이번에도 그런 것”이라고 해명했다. 아울러 이 업체에는 1998년 대표이사를 했고, 1995년부터 지금까지 12년 동안 이사로 있는 ㅈ씨의 아들도 2005년 병역특례요원으로 일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ㅇ업체와 업무상 관련을 맺고 있던 ㅈ업체 관계자는 “2년 전 ㅇ업체가 무상으로 병역특례요원인 ㅈ씨의 아들을 파견할 테니 개발업무를 좀 가르쳐 달라는 요청을 했다”고 말했다. ㅇ업체에서 당장 일을 시키기 위해 ㅈ씨를 채용한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검찰은 그동안 압수수색했던 병역특례 업체 65곳 가운데 일부에서 금품수수 비리 등을 확인했다. 검찰 관계자는 “3~4개 정보통신 업체에서 병역특례요원이 일을 제대로 하지 않은 사실과 금품이 오고간 사실이 드러났다”며 “조만간 형사처벌 윤곽과 수위를 결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검찰은 이날 형사처벌 대상에 오른 업체 가운데 한 곳의 대표이사 집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또 전체 수사 대상 업체 1800곳 가운데 400여곳에서 전자출입시스템 자료와 급여대장, 근무일지 등을 확보해 분석하고 있다. 검찰은 또 같은 학교 및 거주지 출신의 병역특례요원들이 특정 업체에 몰리는 등 전문 브로커가 업체를 소개한 정황을 포착하고 이 브로커를 쫓고 있다. 한편, 병무청이 권영세 한나라당 의원에게 낸 ‘병역사항 공개자 중 직계비속 산업기능요원 복무자 명단’을 보면, 4급 이상 고위공직자들의 아들 56명이 산업기능요원으로 복무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가운데 38명은 대학 전공분야와 상관없는 업체에 근무하거나 해당 자격증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소연 기자 dandy@hani.co.kr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