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5.11 14:37
수정 : 2007.05.11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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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한 고교 강당에 설치된 실내 골프연습장에서 지난 8일 오후 이 학교 교직원이 골프 연습을 하고 있다. 최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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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용’이거나 ‘전시용’이거나
서울·경기 초중고 120여곳 설치
“학생들 교육효과 거의 없어”
서울 강동구 ㅁ여고는 최근 논란 끝에 테니스장을 헐고, 8석 규모의 골프연습장을 짓기로 했다. 최아무개 체육 교사는 “강당이 비좁아 실외 운동으로 골프를 택했다”며 “학생들에게 자세 등을 가르칠 것”이라고 말했다. 반대도 만만치 않았다. 홍아무개 교사는 “우리나라 여건상 많은 돈을 들여 학교 안에 골프연습장을 지어서까지 골프를 가르쳐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골프가 대중화하면서 골프연습장을 짓는 초·중·고교가 늘고 있다. 하지만 들이는 예산에 견줘 교육적 효과는 거의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005년 강당 2층에 14석의 실내 골프연습장을 설치한 서울 강남구 ㅇ여고. 그물망과 공 배급기, 골프채 등을 갖추는 데 3천만원 가량 썼다. 넓은 공간에 시설도 번듯하지만, 주로 이용하는 사람들은 30명 남짓의 교사들이다. 학생들은 2학년 체육 시간에 1~2시간쯤 ‘맛보는’ 데 그친다. 이아무개 교감은 “교사들이 주로 이용해 왔지만, 앞으로 학생 이용을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울 서대문구 ㅎ초등학교도 지난해 2400만여원을 들여 옥상에 14석 규모의 연습장을 지었다. 외부 강사까지 데려와 방과후 특기적성 과목으로 골프를 가르치지만, 수강하는 학생은 14명뿐이다. 학교는 고육책으로 학부모 수강도 허용했으나 이마저도 9명에 그친다. 손아무개 교장은 “지난해 학생 40명이 참여했으나 올해는 크게 줄었다”며 “운영 미흡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10일 현재 서울시교육청에 보고된 학교 안 골프연습장은 초등학교 28곳, 중학교 25곳, 고교 29곳 등 모두 82곳에 이른다. 신고를 하지 않은 학교나 추진 중인 학교까지 더하면 100곳을 웃돌 것으로 추정된다. 1998년부터 설치되기 시작한 학교 골프연습장은 2004년 19곳, 2005년 16곳, 2006~2007년 21곳 등 56곳(68%)이 2004년 이후에 설치되었다. 10석 이상으로 제법 규모가 큰 데만 26곳(31.7%)이다. 지난해 기준 경기도에는 초등 21곳, 중학 5곳, 고교 17곳 등 43개교에 골프연습장이 들어서 있다.
그러나 이용 현황이 확인된 서울 초등학교 20곳 가운데 절반이 넘는 11곳은 학생 이용자가 20명도 안 된다. 40명 이상 학생이 이용하는 학교는 4곳뿐이다. 골프가 체육 과목에 들어 있는 고등학교는 이용 학생 수는 많지만 대부분 1~2시간쯤 경험하는 게 고작이다. 골프 특기반에 들더라도 한 달에 한 차례꼴로 수업이 진행되는 수준이다.
이부영 서울시 교육위원은 “골프가 대중화해 학교에서 가르치는 것 자체를 문제삼긴 어렵다”며 “하지만 학교 예산이 빠듯한데도 학교마다 골프연습장을 설치해야 하는지, 외부 시설을 활용할 수는 없는지 등을 면밀하게 따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사진 최현준 기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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