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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를 중퇴한 뒤 20년 동안 `트로트 외길‘을 걸어온 한 무명가수가 서울대 재입학과 유명 가요 프로그램 출연이라는 겹경사를 맞았다. 13일 서울대에 따르면 이 학교 소비자아동학부 3학년으로 재학 중인 양미정(42.여)씨는 20일 MBC `가요큰잔치‘와 21일 KBS `가요무대‘의 녹화방송 출연이 확정됐다. 양씨는 1984년 서울대 가정학과에 입학했지만 1년 만에 학교를 그만둔 뒤 밤무대 등을 전전하며 20년 동안 무명 트로트 가수로 지내오다 지난해 서울대 소비자아동학부에 재입학했다.(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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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미정씨 작년 재입학 이어 유명 프로그램 잇단 출연
서울대를 중퇴한 뒤 20년 동안 `트로트 외길'을 걸어온 한 무명가수가 서울대 재입학과 유명 가요 프로그램 출연이라는 겹경사를 맞았다. 13일 서울대에 따르면 이 학교 소비자아동학부 3학년으로 재학 중인 양미정(42.여)씨는 20일 MBC `가요큰잔치'와 21일 KBS `가요무대'의 녹화방송 출연이 확정됐다. 양씨는 1984년 서울대 가정학과에 입학했지만 1년 만에 학교를 그만둔 뒤 밤무대 등을 전전하며 20년 동안 무명 트로트 가수로 지내오다 지난해 서울대 소비자아동학부에 재입학했다. 양씨는 중퇴할 당시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학비는 커녕 생활비조차 마련하기 힘들어 생계 전선에 뛰어들 수밖에 없었다. 어릴 때부터 노래에 남다른 재능을 보였기에 큰 어려움 없이 밤무대에 섰지만 하룻밤에 10번 넘게 공연하는 강행군과 때로는 일감이 없어 끼니 걱정을 해야 하는 생활은 견디기 힘든 고역이었다. 오빠 2명도 변변한 직업이 없는 데다 부모님마저 병을 얻고 자리에 누워 졸지에 가장 노릇을 하게 된 양씨는 그렇게 마이크 하나에만 의지한 채 20∼30대를 보냈다. 20년 동안 라이브 무대에서 갈고 닦은 양씨의 가창력은 2004년 1집 음반을 내고 이듬해 2집 음반을 내면서 뒤늦게 빛을 보기 시작했다. 특히 지난달에는 탤런트 박웅씨가 운영하는 `웅기획'에 스카우트돼 전문 매니저까지 뒀으며 KBS 전국노래자랑의 `딩동댕 아저씨'로 유명한 작곡가 박성훈씨가 타이틀곡 `사랑을 몰랐네'를 만들어주는 등 본격적인 방송 활동에 나서게 됐다.박성훈씨는 "현철ㆍ현미ㆍ현숙 등 `현'으로 시작하는 외자 이름이 뜬다"며 양씨에게 `현자'라는 예명을 붙여주기도 했다고. 하지만 양씨는 누구보다 든든한 후원자로 5년 동안 교제하며 40대 `노처녀'에게 한결같은 사랑과 응원을 보내준 예비신랑(47)을 꼽는다. 올 가을 화촉을 밝히는 양씨는 또 다른 도전을 위해 작년 2월 서울대 문을 두드렸다. 예상 밖으로 흔쾌히 재입학을 허가받은 양씨는 `배움의 한'을 풀겠다는 의욕에 바쁜 스케줄에도 불구하고 학업에 매진, 평점 평균 3점대를 받는 나름의 성과도 올렸다. 20년 만에 `복학생'이 된 양씨는 "관악캠퍼스가 이렇게 아름다운지 몰랐는데 재입학하니 다시 태어난 기분"이라며 "학생들과도 굉장히 친해져 `말하기(Speech Communication)' 수업 시간에는 노래로 자기소개를 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그는 "가을 축제 전후로 교내에서 조그만 콘서트를 열어 나처럼 어려운 처지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수익금을 나눠줄 계획"이라며 "졸업 뒤에는 대학원에 진학해 기왕 시작한 학업을 좀 더 깊이 파고들고 싶다"고 말했다. 홍정규 기자 zheng@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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