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5.13 18:53
수정 : 2007.05.13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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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고졸 검정고시 최고령 합격자 우기호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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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고졸 검정고시 최고령 합격자 우기호씨
“선생님이 잘 가르쳐야 하고, 학생은 잘 배워야 하고, 마지막으로 자기 목적이 확실해야 하죠.”
올해 고등학교 졸업 검정고시에 최고령으로 합격한 우기호(76·사진) 할아버지는 1년 반 만에 검정고시로 초·중·고등 자격을 모두 따낸 비결을 이렇게 설명했다. 그는 “자식들을 다 출가시키고 고교, 대학에 다니는 손자들을 보면서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일흔을 훨씬 넘긴 나이에 시작한 공부였지만, 젊은 시절 독학으로 다양한 분야를 섭렵한 그에게 공부는 그리 낯설지 않은 도전인 듯 했다.
유복자로 태어난 그는 가난 때문에 중학교 1학년을 채 마치지 못하고 중퇴했다. 한국전쟁 때인 1952년 군에 입대했는데, 우연히 영국군에 배속돼 노무처 인사관으로 근무했다. 영국군이 철수한 뒤에는 미군 부평지구 사령부에서 운전면허 시험관으로 일하기도 했다. 이때 쌓은 인맥과 영어 실력을 바탕으로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등에서 기술자로 일하기도 했다. 그는 “외국 발전소 등에서 일했는데, 독학으로 발전 설비나 통신 분야를 공부해 현지 기술자들을 가르쳤다”고 말했다.
한국에 돌아와 배움에 대한 욕구를 채우기 위해 대학 평생교육원에서 수필과 소설을 공부했고, 한국전쟁 때 경험을 소설로 써 등단하기도 했다. 올해 수능 시험을 치고 인천대학 영문과에 지원할 예정인 그는 “대학에 들어가 열심히 공부해서 내가 쓴 수필과 소설을 영어로 번역하고 싶다. 늦은 나이지만 번역가로 활동하고 싶다”고 말했다.
최현준 기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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