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5.13 23:59
수정 : 2007.05.13 23:59
해경청 “국제협약 위반, 중국 당국 철저히 조사해야”
한국인 7명 등 선원 16명이 실종된 화물선 골든로즈호 침몰 사고와 관련, 이 배와 충돌한 중국 컨테이너선이 사고 후 당연히 했어야 할 구호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그대로 현장을 떠난 것으로 알려져 국제협약 위반 논란이 거세게 일고 있다.
13일 해양경찰청에 따르면 12일 오전 4시5분께(이하 한국시간) 중국 다롄(大連) 남동방 38마일 해상에서 제주 선적 화물선 골든로즈호(3천849t급)가 중국 컨테이너선 진성(金盛)호(4천822t급)와 충돌한 뒤 침몰했다.
진성호는 그러나 사고 후 별다른 구호조치를 취하지 않고 현장을 떠나 자력으로 다롄항에 입항했으며, 사고 발생 7시간만인 같은 날 오전 11시가 돼서야 중국 옌타이(煙臺)시 해사국에 사고 발생 사실을 신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설사 진성호가 불가항력적인 상황에서 직접 구호조치를 취하기 어려웠다 해도 조난위치 자동발신장치(EPIRB)가 작동되지 않은 골든로즈호 대신 조난신고라도 했었어야 했다는 것이 해경청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사고 해역은 다롄항으로부터 불과 38마일 떨어진 곳이어서 구조선박이 2시간이면 도달할 수 있고, 진성호가 신속히 신고를 했더라면 실종자 구조 가능성이 그만큼 높았졌을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진성호는 충돌 사고로 뱃머리 부분만 약간 파손됐을 정도의 경미한 피해를 봤고 선원들도 전원 무사한 것으로 전해져, 국제협약과 관례를 무시한 비인도적 행위였다는 비난이 높아지고 있다.
해경청 관계자는 "현재 중국 당국이 조사 중이어서 정확히 파악되진 않았지만 여러 가지 정황으로 볼 때 진성호는 구호조치 없이 현장을 떠난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만약 적절한 구호조치가 없었다면 이는 명백한 국제협약 위반으로 책임 추궁이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해양법에 관한 유엔협약 제98조에는 충돌 후 상대 선박, 선원, 승객에 대해 지원을 제공하도록 명시돼 있다.
또 국제해사기구(IMO)의 SOLAS(Safety of Life at Sea) 협약과 SAR(Search and Rescue) 협약은 해상에서 구조를 제공할 수 있는 선박은 조난선박을 구조하기 위해 전속력으로 사고해역으로 항해해야 하며 수색 구조기관에도 신속히 연락을 취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중국은 IMO 가입국이기 때문에 구조 임무를 다하지 않은 중국 선박은 중국 국내법으로도 처벌할 수 있다.
해양경찰청은 중국 해사당국에 진성호에 대해 철저히 조사할 것을 촉구하는 전문을 보냈으며 자체적으로도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한편 사고 이틀째인 13일에도 중국 해사당국은 경비정 및 일반 선박 20척과 헬기 2대를 동원, 실종자 수색작업을 계속했지만 별다른 성과는 거두지 못했다.
사고 해역에서는 12일 골든로즈호의 구명벌(침몰시 자동팽창되는 보트식 탈출기구.Life Raft) 2대가 발견된 데 이어 13일에도 `골든로즈'라고 씌인 튜브 형태의 구명환 4개를 찾았지만 실종자는 한 명도 구조하지 못했다.
해경 관계자는 "해상 사고가 나면 가장 가까운 선박이 구조하는 것이 국제적 관례인 만큼 진성호가 구조 의무를 다했는지 철저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면서 "중국측과 긴밀한 협조체제를 유지하며 실종자 수색 작업에 만전을 기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강종구 기자
inyon@yna.co.kr (인천=연합뉴스)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