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5.14 14:52
수정 : 2007.05.14 14:52
한나라당의 경선 룰을 둘러싸고 이명박, 박근혜의 갈등이 깊어지면서 범여권 정치인들이 반기는 기색이다. 두 대선 주자간의 대립이 분당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기대에 '여권이 뭉치면 대선에서 이길수 있지 않을까' 하는 즐거운 상상을 하는 것이다. 이러한 기대는 한나라당의 당내 역학구도와 두 주자의 대권욕으로 보아 그 개연성에 무게가 실리는 것은 사실이다.
범여권은 한나라당이 분열되어 두 후보가 독자출마로 표를 가르고, 실망을 느낀 유권자가 이탈해 준다면 범여권의 단일후보가 유리하다는 예상을 한다. 또 분당까지 가지 않더라도 두 진영간의 감정의 골이 깊어지면서 생기는 한나라당 표 분산 효과와, 서로를 할퀴어 상처를 입은 두 주자의 지지율 하락, 경선 패배자의 지지층이 승자에게로 넘어가지 않게 될 것이란 기대도 있다.
그러나 한나라당의 분열이 범여권 승리의 필요, 충분조건을 다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니다. 이는 범여권 승리의 확률곡선을 높여주는 수많은 필요조건 중에 하나의 변수가 유리하게 작용하는 것이지 충분조건까지 수반하지 않는다. 범여권은 이러한 외부적 변수에 기대하느니 내부적 변수인 '대통합을 통한 후보단일화'를 이루어 내는 것이 더 중요하다. 이것이 가장 큰 필요조건이기 때문이다.
이합집산과 계파갈등이 전개되고 있는 범여권의 정치구도를 보면 한나라당의 상황에 탄력적으로 대응할만한 일사불란한 구도를 갖고있지 않다. 열린우리당과 민주당 대표의 회동에서 보듯 통합의 물꼬가 트일 기미가 보이지 않는 마당에 한나라당의 분열에 관심을 둘 여유가 없다. 이처럼 범여권은 가장 중요한 필요조건 하나를 만들어 내는 것도 버거운 상황이다.
한나라당이 쪼개지면 범여권의 통합작업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대선주자들에게 표의 분산효과를 기대하게 해 독자출마의 유혹을 줄 수도 있는 것이다. 만약, 통합에 실패한다면 4자구도(김대중계후보, 노무현계후보, 이명박, 박근혜)가 되어 인물대결의 양상으로 갈지 모른다. 한나라당과 범여권의 동시분열은 지금의 지지율을 고착시켜 이명박이 당선될 확률이 높다.
지금으로서는 범여권이 하나의 정파로 뭉치는 것은 기대하기 어렵다. 각 정파가 각각 대선주자를 내고 오픈프라이머리를 통해 단일후보를 선출한 다음에 후보중심의 통합으로 진행 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이러한 과정이 매끄럽게 진행된다는 보장은 없다. 그럼에 한나라당의 분열에 쾌재만 부를 수 없다는 말이다.
한나라당의 분열이 범여권에게 유리하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승리를 보장해 주지는 않는다. 나태해 질 수도 있다는 말이다. 한나라당이 분열하더라도 여전히 강한 대권주자를 가지고 있다. 그러기에 범여권의 각 정파는 한나라당의 갈등을 유리하게만 해석할 것이 아니라, 대선을 승리하기 위한 자신들의 역할부터 고민하는 것이 좋겠다.
(*이 기사는 네티즌, 전문가, 기자가 참여한 <블로그> 기사로 한겨레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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