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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국에서 조제에 쓰는 다국적 제약업체들의 특허약품과 복제약품들이 섞여 놓여져 있다. 다국적 제약사들은 자신들이 제조·판매하는 특허약품들의 약값 인하와 경쟁 약품의 등장을 막기 위해 복제약품을 개발한 국내 업체들을 상대로 잇따라 특허소송을 내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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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제약 허가땐 오리지널 약값 20% 인하
‘화이자’ 요실금치료제등 줄줄이 법정으로
다국적 제약회사들이 ‘높은 약값 지키기’를 위해 잇따라 ‘특허침해 소송’을 내고 있다. 이런 움직임은, 지나치게 높은 약값을 낮추려 지난해 말 도입된 정부의 ‘약제비 적정화 방안’ 시행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다국적 제약사인 ‘화이자’는 최근 보령제약 등 9개 국내 제약업체들이 자사의 요실금 및 과민성 방광염 치료제인 ‘디트루시톨에스아르(SR)’의 ‘제형(약 만드는 방법) 특허’를 침범했다며 소송을 냈다. 국내 제약업체들이 ‘디트루시톨SR’와 같은 성분으로 약품을 만들어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에서 약값 허가 등 절차를 밟는 상황에서다.
화이자의 소송 제기에 대해, 권영삼 보령제약 홍보과장은 15일 “해당 성분에 대한 특허를 화이자가 보유하고 있지도 않고, 제형 특허를 침해했다는 주장도 사실무근이어서 소송에선 무난히 이길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이은정 한국화이자제약 대외협력부 과장은 “화이자는 디트루시톨SR의 성분들이 일정 속도로 몸에 흡수되게 하는 제형에 특허가 있어, 이를 침해했는지를 따지는 소송을 낸 것”이라고 말했다.
화이자는 안국약품이 개발한 혈압강하제 ‘레보텐션’에 대해서도, 자사의 노바스크를 복제해 특허를 침해했다며 소송을 냈다. 하지만 안국약품은 “화이자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며 “물질이 화학적으로 다른데도 화이자가 억지를 펴고 있다”고 맞서고 있다.
일본 제약업체인 ‘에자이’도 소송 대열에 동참했다. 동화약품이 자사가 특허를 갖고 있는 치매치료제 ‘아리셉트’의 복제약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세계 3대 제약업체로 꼽히는 사노피-아벤티스도 뇌졸중 등 뇌혈관질환이나 심혈관질환 예방에 쓰는 ‘플라빅스’와 관련해 국내 제약사들과 소송을 벌이고 있다.
다국적 제약업체들의 잇따른 특허소송 제기를 두고 제약업계는 ‘경쟁 약의 출시는 늦추고, 높은 약값을 유지하려는’ 의도 때문이라고 말한다.
화이자의 경우 ‘노바스크’ 매출이 최근 2~3년 새 200억원 이상 줄었다. 한미약품, 안국약품 등이 주성분은 같고, 부속 성분을 바꾼 개량신약들을 잇따라 내놓은 여파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 실제 노바스크의 매출 감소에 반비례해 경쟁 약품인 한미약품의 아모디핀 매출액은 2005년 150억여원에서 지난해에는 220억여원을 기록했다.
이런 개량신약의 도전에, 다국적 제약회사들은 ‘물질 특허’만이 아니라 제형 방식 등 부수적 특허까지 내세우며 맞설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순희 보건복지부 보험급여기획팀 서기관은 “다른 나라에서도 물질특허가 아닌 제조공정에 관한 특허 등을 내세운 소송이 진행됐다”며 “우리나라에서도 유사한 특허소송은 끊이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국장은 “한-미 자유무역협정 협상에서 두 나라는 특허소송이 제기되면 복제약품의 허가 절차를 중단하도록 합의했다”며 “이는 다국적 제약사들이 특허소송을 통해 복제약 출시 일정을 중단시키고 독점적 지위와 고수익을 연장하는 수단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값싼 복제약? 그래도 오리지널? 복용자들 효능 차이 입증안돼 약 선택 고민 ‘값이 싼 복제약이냐, 비싸더라도 오리지널약(특허약품)이냐?’ 고혈압이 있어 혈압을 낮추는 약을 10여년째 먹고 있는 박아무개(57·남)씨는 “(복제약품의) 효능만 확실하다면 먹고 싶다”고 말한다. 하지만 박씨는 “다니는 병원의 의사가 ‘국내 제약업체의 복제약품이 효과가 있는지 의심이 된다’고 말해 주저하고 있다”고 말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집계한 의료기관의 2005년 처방내역을 보면, 처방 순위 20위 가운데 국내 제약사의 약은 자니딥, 아모디핀 등 혈압강하제 2종과 가나톤, 가스모틴 등 소화제 2종만 올라 있다. 나머지 16개는 모두 다국적 제약사의 제품이다. 다국적 제약사의 특허약품 비중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다국적 제약사의 혈압강하제인 ‘노바스크’나 혈전억제제인 ‘플라빅스’는 매출액이 한 해에 1천억원에 육박한다. 이에 대해 의사들은 복제약이 효능과 안전성이 제대로 증명되지 않은 탓이라고 평가한다. 지난해 복제약과 오리지널약의 약효가 같은지를 측정하는 ‘생물학적 동등성 실험’ 조작 파문이 드러난 이후, 의사들의 이런 경향은 더 강화된 듯하다. 대한의사협회 자체 설문조사 결과, 조작 파문 뒤 전체 의사의 30% 가량이 복제약 처방을 줄이고 오리지널약을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저소득층이나 약값의 경제성을 따지는 이들의 의견은 다르다. 강주성 건강세상네트워크 공동대표는 “효과가 크게 다르지 않다면 저소득층 등 더 많은 사람들이 사 쓸수 있는 복제약이 더 낫다”며 “단, 복제약의 안전성과 효능 확인 시험 등에 대한 정부의 철저한 관리가 수반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양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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