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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포착한 병역특례 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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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 않고 변리사 공부하고…전표 받으러 다니고…
검찰, 가수 등 19명 편입 취소 여부 결정키로
#1 2004년 12월 조아무개(48·여)씨는 서울 구로구에 있는 병역특례업체 ㅇ사의 안아무개(40) 사장을 찾아갔다. 서울대 공대에 다니고 있던 아들(23)의 병역문제를 의논하기 위해서였다. 조씨는 안 사장에게 자신의 아들을 ‘출근하지 않는 병역특례요원’으로 채용하는 대가로 7천만원을 주겠다고 제안했고, 안 사장은 받아들였다. 조씨는 곧바로 이 업체 직원 3명의 계좌로 돈을 나눠 보냈다. 아들은 ㅇ업체 병역특례요원이란 신분을 얻었고, 출근을 거의 하지 않은 채 변리사 시험 공부를 했다. 아들의 ‘꿈같은 복무생활’은 소집 해제를 다섯 달 앞두고 덜미가 잡혔다. 검찰은 조씨와 안 사장의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2 서울 양재동에 있는 소프트웨어업체인 ㄱ소프트 조아무개(50) 고문과 심아무개(47) 이사는 지인을 통해 안아무개(56)씨가 아들 병역 문제로 고민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들이 “우리 회사가 병역특례업체 지정이 돼 있는데…”라며 운을 떼자 안씨는 쉽게 걸려들었다. 지난 2005년 12월 회사 계좌로 5천만원이 입금된 것을 확인한 심 이사 등은 같은달 안씨의 아들을 산업기능요원으로 채용했다. 이듬해 1월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노아무개(48)씨의 이야기를 전해들은 심 이사 등은 비슷한 방식으로 접근해, 역시 5천만원을 받고 같은해 8월 노씨의 아들을 채용했다. 이렇게 들어온 병역특례요원들에게 프로그래밍 실력이 있을 리 없었다. 이들은 대신 거래처에 전표를 받으러 다녔다. 심 이사 등 2명은 구속영장이 청구됐고, 부모 2명은 불구속 입건됐다. #3 한때 10대의 우상이던 인기 댄스그룹 출신 가수 ㄱ씨와 ㅇ씨도 지난해 11월 병역특례업체인 ㅁ사에 들어갔다. 이 업체에서는 소프트웨어 개발을 담당하는 병역특례요원을 채용해야 했으나 이 업무를 담당할 능력이 없는 가수 2명을 채용한 뒤 병무청에는 ‘개발업무 요원 채용’으로 거짓 신고를 했다. ㄱ씨와 ㅇ씨는 복무기간 동안 개발업무를 하는 대신 게임 캐릭터 그림을 그리거나 홍보 활동을 했다. 또 게임개발업체 ㄷ사의 운영자이자 실업축구팀 단장인 최아무개씨도 축구선수 김아무개씨 등 10명을 채용한 뒤 업무시간에 축구를 하게 했다. 병역특례업체 비리를 수사 중인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김회재 부장검사)는 15일 이처럼 병역특례요원을 채용해 주는 대가로 금품을 주고받거나 부실한 근무를 하도록 내버려 둔 병역특례업체 대표와 부모 등 5명의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하고 6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그동안 압수수색을 마친 업체 65곳 가운데 30곳을 조사해 우선 5곳에서 불법 사례를 확인했다. 검찰은 이들 다섯 업체에 근무 중인 가수 ㄱ씨 등 19명이 제대로 근무하지 않은 점에 대해선, 이들의 명단을 병무청에 통보해 병역특례 편입취소 여부를 결정하도록 했다. 편입이 취소되면, 이들은 제대로 근무하지 않은 기간에 남은 복무기간을 합쳐 공익근무요원이나 현역으로 복무해야 한다. 한명관 차장검사는 “앞으로도 금품수수 관련자는 물론 병역을 면제하기 위한 목적으로 업체를 설립하거나 특례요원이 지정업체를 인수하는 등 죄질이 나쁜 관련자는 구속 수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김소연 노현웅 기자 dand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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