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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종미(37)·김용찬(39)씨 부부가 2005년 네 살 때 입양한 아들 연호와 함께 지난해 6월 태국 여행을 하며 코끼리 타기 체험을 하고 있다. 연호는 처음에는 홍씨의 손길을 싫어하고 부모의 얼굴에 침을 뱉는 등 거부 반응이 심했지만, 요즘에는 홍씨 부부에게서 한시도 떨어져 있으려 하지 않는다. 홍종미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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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양 사각지대 ‘2~3살이상 연장아’
‘미운 일곱살’ 선재는 3년 전 하선희(44)씨의 품으로 왔다. 선재는 갓난아이 때부터 보육원에서 자랐다. 19살 선재 엄마는 2000년 초 아이를 낳고 병원에서 사라졌다. 뒤늦게 나타난 20살 아빠는 선재를 입양기관에 맡겼다. 4살 때인 2004년 하씨 부부의 아들이 된 선재는 그해 국내로 입양된 1641명 가운데 단 62명뿐인 3살 이상 입양 사례에 속한다. 16일 보건복지부 자료를 보면, 2000~2006년 국내 입양에서 3살 이상 아이 입양은 1만1148건 가운데 384건으로 3.4%에 지나지 않는다. 같은 기간 1만5706건이 이뤄진 국외 입양은 미혼모의 갓난아이가 99.7%를 차지했다. 나라 밖으로든 안에서든 이른바 ‘연장아’가 가정을 찾는 일은 ‘하늘의 별 따기’인 셈이다. ‘연장아’는 발달 단계상 넓게는 2살, 좁게는 3살이 지난 아이들로, ‘애착관계 형성시기’를 지나친 아이들이다. 입양 정책이 연장아 입양을 촉진하는 쪽으로 돌아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국내외 입양 3231건 가운데 미혼모 갓난아이의 비중이 2901건으로 89.8%에 이르렀다. 정부가 아동복지법에 따라 ‘보호를 필요로 하는 어린이’로 보는 사례는 지난해 9034명이었지만, 입양 기회는 미혼모의 갓난아이에게만 몰린 셈이다. 반면 사회 양극화로 늘어난 빈곤·학대 어린이들은 좀처럼 새 가정을 가질 기회를 얻지 못했다. 이처럼 ‘입양의 사각지대’로 남아 있는 시설보호 어린이는 2만여명에 이른다. 한편, 힘들게 ‘3%의 선택’을 한 연장아 입양 가정 대다수는 아이의 정서장애로 가슴앓이를 하고 있다. 사단법인 한국입양홍보회의 ‘연장아 입양부모 모임’ 대표인 김외선(48)씨는 최근 직접 ‘미술 치료’를 배우러 나섰다. 2000년과 2003년에 각각 세살배기와 네살배기를 차례로 입양했는데, 아이들이 모두 정서장애가 있었기 때문이다. 연장아들은 입양 부모에게 침을 뱉고 분노를 쏟아붓거나, 비정상적인 불안으로 양육자들을 고통스럽게 하는 경향이 있다. 김씨는 “연장아 입양 회원이 100가구 정도 되는데, 대다수가 아이들의 불안,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등으로 고통받고 있다”며 “소아정신과에 가서 심리검사를 받는 데 몇십만원이 들고, 몇년씩 받아야 하는 놀이치료 등 경제적 부담이 만만치 않다”고 말했다. 현재 정부는 입양기관에 내야 하는 200만원의 입양 수수료에 더해 올해 초부터 매달 10만원씩의 양육비를 지원한다. 또 아이의 의료급여도 지원한다. 하지만 미술·음악 치료 등 각종 특수 심리치료들은 고스란히 입양 부모의 몫이다. 연장아 입양 부모들은 아이의 정서장애로 가슴앓이를 하는 현실을 고려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요구하고 있다. 연장아 입양 특성을 이해하는 전문가로부터 부모와 아이가 함께 심리치료를 받도록 제도적·경제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 부모들에게 연장아 적응 과정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이 이뤄져야 ‘파양’ 같은 비극적 사태를 막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들은 17일 경기도 과천시 한국입양홍보회 사무실에서 ‘특수욕구를 가진 아동의 입양설명회’를 열어 이 문제에 대해 논의할 계획이다. 지난 11일 ‘제2회 입양의 날’ 대통령 표창을 받은 유두한씨의 부인 김정화(50)씨는 “연장아가 시설에서 5년 자랐으면 그 시간의 두 배인 10년이 지나야 적응이 된다”며 “현 제도 아래서는 정신적·경제적 부담이 입양 부모에게만 돌아가 기쁨만큼 고통스러운 ‘전쟁 같은 삶’을 살게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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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입양 어린이 나이별 현황/ 국내외 입양 어린이 출신별 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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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미국·영국의 경우
친부모 아동 방임·학대 심할땐 친권 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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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를 필요로 하는 어린이 발생과 보호 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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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년간 아이 방치한 부모라도 동의 안해주면 입양 불가능해 문제”
10살 영진이 힘들게 아들로 맞은 최재형 부장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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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형(51) 판사와 부인 이수연(47)씨가 지난해 4월 입양 절차를 밟고 있던 영진이와 이미 입양된 진호를 데리고 경주로 봄나들이에 나섰다.
이수연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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