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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5.16 19:27 수정 : 2007.05.16 19:27

경찰청 특수수사과 경찰관들이 16일 대한민국 미술대전에서 금품을 건네고 입상한 작품들을 입상자 도록과 비교해 보고 있다. 연합뉴스

대통령상 값은 6천만원…돈받고 대신 그려주고


국내 최대 규모의 미술 공모전인 대한민국 미술대전이 ‘유전입선(有錢入選) 무전낙선(無錢落選)’의 비리 공모전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16일 제자나 후배들에게 돈을 받고 이들의 작품을 대한민국 미술대전에 입상시켜 준 혐의(배임수재·업무방해)로 한국미술협회 전 이사장 하아무개(54)씨 등 9명의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심사위원 조아무개(60)씨 등 49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하씨는 지난해 4월 제25회 미술대전 한국화 부문 심사를 앞두고 후배 이아무개씨에게서 1000만원을 받은 뒤 이씨의 작품을 특선작으로 뽑는 등 같은해 12월까지 한국화·문인화 부문에서 모두 4명의 작품을 부당하게 특선에 입상시킨 혐의를 받고 있다.

또 김아무개(53) 문인화분과 위원장과 김아무개(48) 문인화분과 2차심사위원장은 심사위원 17명 가운데 7명을 서울 서초구 ㅇ모텔에 4박5일 동안 합숙시키며 미리 청탁받은 작품들을 사진을 통해 익히게 한 뒤 심사에서 이들 작품을 입선과 특선으로 뽑도록 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유아무개(65)씨 등 중견 작가 2명은 각각 1000만~1500만원씩 받고 후배와 동료의 응모작을 대신 그려주거나 가필을 해준 것으로 드러났다.

황용수 특수수사과 2팀장은 “미술대전에서 입선은 300만~500만원, 특선은 1500만~2000만원이고, 대통령상은 상금 3000만원을 포기하고 여기에 3000만원을 더 얹어주는 게 정설로 통할 정도”라며 “문인화 부문에서 수상작의 96~97%는 협회 간부와 심사위원이 미리 정해놓은 작품”이라고 말했다.

대한민국 미술대전은 1981년부터 민간단체인 한국미술협회가 주관하면서 심사위원과 당선작 선정을 두고 자주 잡음이 일었다. 이 때문에 미술대전의 권위가 해마다 떨어져 지금은 이름있는 작가들이 아예 응모를 하지 않을 정도지만, 지방의 미술인들이나 아마추어 작가들에게는 아직 영향력이 남아 있다.


한편 현 미술협회 이사장인 노아무개(57)씨는 지난해 말 이사장 선거 과정에서 부적격자 수백명을 신입 회원으로 가입시킨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3년 임기의 이사장이 되면 개인 작품 가격이 500만원에서 3000만원으로 치솟는 등 각종 이익을 챙길 수 있어 선거가 과열 양상을 띠고 있다고 경찰은 밝혔다.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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