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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 특수수사과 경찰관들이 16일 대한민국 미술대전에서 금품을 건네고 입상한 작품들을 입상자 도록과 비교해 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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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상 값은 6천만원…돈받고 대신 그려주고
국내 최대 규모의 미술 공모전인 대한민국 미술대전이 ‘유전입선(有錢入選) 무전낙선(無錢落選)’의 비리 공모전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16일 제자나 후배들에게 돈을 받고 이들의 작품을 대한민국 미술대전에 입상시켜 준 혐의(배임수재·업무방해)로 한국미술협회 전 이사장 하아무개(54)씨 등 9명의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심사위원 조아무개(60)씨 등 49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하씨는 지난해 4월 제25회 미술대전 한국화 부문 심사를 앞두고 후배 이아무개씨에게서 1000만원을 받은 뒤 이씨의 작품을 특선작으로 뽑는 등 같은해 12월까지 한국화·문인화 부문에서 모두 4명의 작품을 부당하게 특선에 입상시킨 혐의를 받고 있다. 또 김아무개(53) 문인화분과 위원장과 김아무개(48) 문인화분과 2차심사위원장은 심사위원 17명 가운데 7명을 서울 서초구 ㅇ모텔에 4박5일 동안 합숙시키며 미리 청탁받은 작품들을 사진을 통해 익히게 한 뒤 심사에서 이들 작품을 입선과 특선으로 뽑도록 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유아무개(65)씨 등 중견 작가 2명은 각각 1000만~1500만원씩 받고 후배와 동료의 응모작을 대신 그려주거나 가필을 해준 것으로 드러났다. 황용수 특수수사과 2팀장은 “미술대전에서 입선은 300만~500만원, 특선은 1500만~2000만원이고, 대통령상은 상금 3000만원을 포기하고 여기에 3000만원을 더 얹어주는 게 정설로 통할 정도”라며 “문인화 부문에서 수상작의 96~97%는 협회 간부와 심사위원이 미리 정해놓은 작품”이라고 말했다. 대한민국 미술대전은 1981년부터 민간단체인 한국미술협회가 주관하면서 심사위원과 당선작 선정을 두고 자주 잡음이 일었다. 이 때문에 미술대전의 권위가 해마다 떨어져 지금은 이름있는 작가들이 아예 응모를 하지 않을 정도지만, 지방의 미술인들이나 아마추어 작가들에게는 아직 영향력이 남아 있다.
한편 현 미술협회 이사장인 노아무개(57)씨는 지난해 말 이사장 선거 과정에서 부적격자 수백명을 신입 회원으로 가입시킨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3년 임기의 이사장이 되면 개인 작품 가격이 500만원에서 3000만원으로 치솟는 등 각종 이익을 챙길 수 있어 선거가 과열 양상을 띠고 있다고 경찰은 밝혔다.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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