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5.17 21:05
수정 : 2007.05.17 21:05
가리사니
“우리 동생 몇 명이나 입양갔어요?”
장애 입양아인 김세진(10)군은 보육원 장애 ‘동생’들에게 유난히 관심이 많았다. 두 다리가 없고, 오른손 손가락이 두 개뿐인 세진이는 생후 다섯달 만에 버려져 보호시설에서 자랐다. 양정숙(39)씨는 1999년 초 두살 된 세진이를 입양했다. 세진이는 이후 로키산맥을 올랐고, 장애인 철인경기에도 참가했고, 수영선수가 됐다.
17일 경기도 과천시 중앙동 한국입양홍보회 사무실에서 열린 ‘특수욕구 어린이 입양 세미나’에선 남들이 꺼리는 ‘특별한 선물’을 선택한 입양 부모들(〈한겨레〉 5월17일치 12면)의 사례 발표가 동병상련 처지에 있던 참석자들의 심금을 울렸다.
특수욕구 어린이란, 정서장애를 겪기 쉬운 두세살 이상의 연장아, 신체 장애아, 혼혈아, 형제·자매로 묶인 아이 등 입양되기 어려운 조건의 아이들이다. 지난해 국내에 입양된 1332명 가운데 3살 이상 연장아는 86명으로 6.5%였고, 장애 어린이 입양은 12명으로 0.9%에 지나지 않았다.
이날 세미나에 모인 20여명의 입양 부모들은 “우리 입양 문화가 부모가 아니라 아이를 위한 것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갓난아이, 건강한 아이, 되도록이면 여자 아이 같은 조건을 내세우는 바람에 입양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2004년 보건복지부 자료를 보면, 서울의 입양 성사율은 75%, 대전과 충남은 각각 45%, 37%에 불과하다.
이들은 ‘특별한 선택’을 도우려면 “사회가 함께 아이를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또 “아이를 사랑해도 (키우기가) 힘에 겹다”고 털어놨다. 정서장애로 인한 폭식, 도벽, 불안으로 부모를 고통스럽게 하는 연장아들, 특수교육이 필요한 장애아들은 입양 부모가 홀로 키우기 버겁다는 것이다.
김외선(48)씨는 프랑스 소르본대학에서 미술사 박사 과정을 밟다가, 연장아를 키우기 위해 아예 공부를 포기해야 했다. 입양 부모들이 더 이상 포기할 게 많아져서는 안 된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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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리사니란 사물을 판단할 만한 지각(知覺) 또는 사물을 분간하여 판단할 수 있는 실마리를 뜻하는 순우리말로, 기자들이 접한 현장 얘기를 전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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