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5.17 21:07
수정 : 2007.05.17 23:20
사다리차 철끈 끊어져 2명 추락사…1명은 중상
체험 안전교육 진행하면서 “안전모·매트리스 없었다”
소방 안전교육을 받던 초등학교 학부모 2명이 낡은 장비 탓에 굴절 사다리차에서 떨어져 숨졌다.
17일 오전 11시45분께 서울 중랑구 묵동 ㅇ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서울 중랑소방서가 실시한 소방 안전교육 도중 학부모 3명이 올라탄 굴절차의 ‘바구니’가 뒤집히면서 모두 24m 높이에서 떨어졌다. 이 사고로 학부모 정아무개(41·여)씨와 황아무개(35·여)씨가 숨지고, 오아무개(38·여)씨가 크게 다쳤다.
사고를 본 강아무개(10)양은 “바구니가 갑자기 덜컹거리더니 오른쪽으로 뒤집혔다”며 “아줌마 2명이 튕겨나왔고 한 아줌마는 바구니 철봉을 잠깐 붙잡고 있다 떨어졌다”고 말했다.
중랑소방서 윤정금 과장은 “사다리와 바구니를 잇는 철끈이 노후해 끊어진 게 사고 원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사고가 난 굴절차는 1998년 12월부터 훈련 및 인명구조용으로 사용됐으며, 바구니는 227~365㎏까지 지탱하도록 설계돼 있고 철끈의 장력은 3~4t이다.
중랑소방서는 이 굴절차가 지난 2월에도 정기검사를 받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조성복 장비관리팀장은 “철끈의 인장력 등은 따로 점검하지 않고, 매일 한 시간씩 조작훈련을 하면서 작동 상태와 외관을 육안으로 확인한다”며 “일일점검 등이 있지만 철끈 인장력 시험은 없다”고 말했다. 사고 차량도 98년 이후 한번도 철끈을 바꾸지 않았다. 김한용 서울소방방재본부장은 “1970년대 굴절차가 들어온 이후 철끈이 끊어진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초등학생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하는 체험형 교육을 진행하면서도 만약의 사태에 대비한 안전대책도 전혀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학교 4학년생과 6학년생 30명을 6명씩 바구니에 태워 굴절차 탑승 체험을 할 때는 소방관이 한 명씩 함께 탔으나, 정씨 등이 탑승 체험을 할 때는 소방관이 타지 않았다고 목격자들은 전했다. 사고 현장에 있었던 한 학부모는 “안전모와 매트리스 등 안전장비가 하나도 없었다”고 말했다.
안전교육에 참여했던 박아무개(12)양은 “꼭대기에 올라가면 소방관 아저씨가 놀이기구처럼 왼쪽, 오른쪽, 위, 아래로 바구니를 흔들기도 했다”며 “아이들이 비명을 지르며 ‘하지 마세요’라고 소리를 질렀다”고 말했다.
이 사고를 수사 중인 서울 중랑경찰서는 철끈이 제대로 관리됐는지 확인하기 위해 끊어진 철끈의 인장강도 검사 등을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의뢰했다.
서울소방방재본부는 사고수습대책반을 꾸리고 다른 소방서의 소방 안전교육 체험행사를 모두 중단시켰으며, 중랑소방서장을 18일자로 직위해제했다. 노현웅 하어영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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