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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5.18 11:36 수정 : 2007.05.18 11:50

이요원 “숫자 불과했던 5·18…영화 찍으며 눈시울”
김은형 “미움까지 안으라던 아빠, 그땐 이해 못해”

광주항쟁을 다룬 최초의 영화 <화려한 휴가>의 주연 배우 이요원(27)씨가 17일 오후 광주시 광산구 첨단지구 <화려한 휴가> 세트장을 찾았다. 이씨는 이날 5·18민중항쟁 기간 중 ‘시민학생투쟁위원회’ 기획실장을 맡았던 고 김영철씨의 딸 은형(27)씨를 만났다. 5·18 27돌에 만난 두 사람은 동갑내기지만, 서로 다른 계기로 ‘광주’를 알게됐다.

이씨는 <외과의사 봉달희>에서 탄탄한 연기력을 인정받은 스타다. 영화에선 간호사 ‘박신애’ 역으로 첫 주연을 맡았다. 은형씨는 광주여대에서 창작무용을 전공했으며, 아버지와 시민군의 슬픔을 춤에 담기 위해 한국 무용을 배우고 있다. 김영철씨는 1980년 5월27일 새벽 옛 전남도청에서 계엄군과 맞서다 체포돼 고문 후유증으로 정신이상에 시달리다가 98년 8월 세상을 떴다.

김은형=이번 영화에 출연하시기 전 광주에 대한 느낌은 어땠어요?

이요원=아버지께서 전북 출신이세요. 광주에서 학교를 다니셨지요. 제사 지내러 남원에 가본 적은 있었지만, 광주는 처음이었어요. 그런데도 낯설지 않았어요. 은형씨를 만나면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을 것 같았어요. 은형씨는 이맘때가 되면 아버지 생각이 많이 나시겠어요.

=어렸을 적 정신병원에 면회를 갔을 때 아버지께서 “아빠가 아직 할 일이 많이 남아 있다. 엄마에게 아빠를 집에 데려가자고 해라”고 저에게 몰래 말씀하시던 모습을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아파요. 자라면서 누가 아빠를 힘들게 만들었을까 화가 났어요. 피해자 가족들의 아픔을 절실하게 느낀다면 원인 제공자들이 아무렇지도 않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요.

=사실 요즘 우리 세대는 광주에 대해 무관심한 것 같아요. 솔직히 그전에는 5·18은 저에게 그냥 숫자였어요. 학생운동 정도로만 생각했어요. ‘그런데 왜 기념식을 하지?’ 하고 자문했으니까요. 하지만 무관심한 것이 젊은이들만의 책임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런 분위기를 만들었던 사회의 탓도 있지 않을까요? 텔레비전이나 다큐멘터리를 통해서도 (광주를) 제대로 못봤던 것 같고요. 학창시절 5·18 숙제해오라던 선생님도 없었지요?(웃음) 은형씨는 창작무용을 전공했다고 들었어요.


=어렸을 적 “미쳤다”고 아빠를 놀리는 친구들을 피해 방 안에서 아빠와 놀며 율동을 했어요. 한참 춤을 잊고 있다가 뒤늦게 무용학과에 편입했어요. 살풀이와 검무 등 전통 춤을 공부하면서 무용학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어요. 신앙과 춤이 아니었으면 피해의식에 사로잡혀 부정적인 모습을 지녔을 거예요. 하지만 아버지가 원하는 것은 그것이 아니었던 것 같아요. 아버지는 저에게 항상 미워하는 마음까지 이해하고 포용하라고 하셨어요. 이제는 조금 이해할 것 같아요. 영화 촬영하시면서 힘들었겠어요. 어떤 영환가요?

=광주에 계속 있었다면 극 속에 빠져 있기가 쉬웠을텐데 촬영 일정 때문에 서울과 광주를 오갔던 것이 조금 힘들었어요. 하지만 워낙 가족같이 다들 사이가 좋았어요. 영화는 은형씨의 사연처럼 평범한 가족들이 역사의 소용돌이에 휘말리는 모습을 담고 있어요.

김=어떤 부분이 가장 기억에 남는가요?

=영화 속에서 (계엄군의 진압을 앞두고) 아버지와 헤어질 때, 동생이 죽었을 때 가슴이 아팠어요. 상황에 몰입하다보니 울려고 하지 않아도 계속 눈물이 나왔어요. 제가 출연해 만든 영화를 보면서도 눈시울이 붉어졌어요. 은형씨는 춤을 통해 무엇을 표현하고 싶으세요?

=5월은 제가 의도하지 않았지만 ‘인연’이 됐어요. 하지만 시기와 정도가 다를 뿐이지 누구에게나 아픔이 다 있다고 봐요. 이런 시련을 좋은 의미로 승화시켜 아버지와 시민군 삼촌들의 희노애락을 춤으로 풀어내고 싶어요.

=영화 찍으면서 광주에 대해 알게 된 것이 많아요. 지난해에 국립5·18묘지에 갔을 때 ‘아, 이랬구나, 이것이었구나’고 느꼈어요. 흑백 영정사진도 보고 사람들을 만났던 것이 연기에 큰 도움이 됐어요. 영화를 통해 역사 속 광주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주고 함께 슬퍼하고 다독여줄 수 있길 바래요. 또 광주에 대한 무관심을 관심으로 돌리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구요. 그때 가신 분들과 유족들에게 영화가 작은 위안이 되길 바랍니다. 광주/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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