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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호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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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글로, 아들은 음악으로
소설가 황석영씨아들 호준씨광주국악관현악단 공연 작곡
“80년 5월 혼돈·슬픔 담아” 소설가 황석영(64)씨는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로 광주를 알렸다. 이번에는 아들 황호준(35·사진)씨가 ‘광주’를 담은 국악관현악곡을 작곡했다. 2대에 걸쳐 광주의 아픔을 보듬고 함께하는 셈이다. 황석영씨가 광주항쟁을 기록한 책은 ‘넘어 넘어’로 불리며 80년대 복사본으로 은밀하게 읽혔다. 그가 광주항쟁을 소재로 쓴 <오래된 정원>은 지난해 영화로도 제작됐다. 어머니 홍희담씨도 당시 각종 집회에 적극 참여했고, 광주항쟁을 담은 소설 <깃발>을 통해 문단에 나왔다. “개인적으론 회항의 의미가 있어요.” 황호준씨는 “7년 만에 광주에 내려오면서 숙연한 마음이 들었다”고 말했다. 80년 5월 당시 그는 초등학교 2학년이었다. 황석영씨가 해남에 살다가 78년 광주로 이사해 80년을 맞았기 때문이다. 그는 “지금도 광주기독병원으로 옮겨지던 부상자와 불타는 방송국의 모습 등이 생생하게 기억에 남아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어렸을 적부터 집에 찾아오는 운동권 ‘삼촌’들을 많이 따랐고, 그 분들 중엔 계엄군가 맞서 싸우다가 세상을 떠난 분도 있다”고 기억했다. 부전자전일까? 황호준씨는 이번에 광주시립국악관현악단의 의뢰로 15분짜리 <빛의 나라>를 작곡했다. 격정적이면서도 장중한 이 곡은 광주의 아픔이 묻어있다. 그는 “초반엔 국악기가 다소 표현하기 힘든 반음을 넣어 불협화음으로 혼돈의 이미지를 표현했다”고 말했다. 곡의 마지막 부분은 슬픔 속에서도 희망을 담고자 밝은 느낌의 장조로 마무리된다. 이 곡은 22일 저녁 7시 광주문예회관에서 열리는 ‘비보이가 우륵을 만날 때’라는 공연에서 선보인다. 황씨는 “이 곡이 올려지는 광주문예회관 자리는 어렸을 때 온통 산이었고, 국악당은 내가 살던 집터였다”고 말했다. 그는 어렸을 적 피아노를 치다가 아버지의 권유로 거문고를 배웠다. 아버지는 “한국적 어법이 기본이 돼야 자기 음악 양식을 만들 수 있다”고 가르쳤다. 그는 광주예고 2학년 때 전교조 운동을 지지하다가 퇴학당해 검정고시를 거쳐 중앙대 국악과에서 공부했다. 올해 전국 8곳의 국악관현악단에서 작곡을 위촉받아 내년 3월까지 일정이 잡혔을 정도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아버지께서 올해 초 인터넷에서 제 곡을 찾아 들어보셨다고 하시데요.” 그 곡은 동서가 만나는 마을의 민속적 음계를 사용해 만든 <카슈카르에 부는 바람>이라는 재즈곡이었다. 그는 “전통음악을 계승한 작품을 만드는 것이 장기적인 목표지만, 급하게 서두르지는 않겠다”고 말했다. 광주/글·사진 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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