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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5.21 20:46 수정 : 2007.05.22 00:44

지난 17일 서울 묵동 ㅇ초교 운동장에서 굴절 사다리차를 타고 소방안전 훈련을 받던 중 사고로 숨진 정아무개씨 장례식이 21일 서울 원자력병원에서 열려 소방공무원들이 시신을 운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가리사니


#1. 영결식

하얗고 까만 꽃으로 십자가 모양을 낸 관 앞에 어린 남매가 나란히 섰다. 정아무개(41·여)씨의 관이 한걸음씩 운구차를 향하자 조금씩 일그러지기 시작한 큰딸(서울 ㅇ초등 4)의 얼굴에 눈물이 번졌다. 딸은 “엄마”를 되뇌며 눈물 흘리고, 두 살 어린 동생은 영문을 모르는 듯 누나 눈치만 살폈다. 젊은 딸의 관 앞에서 손녀의 얼굴만 쓰다듬던 외할머니(86)는 “벌써 가느냐”며 오열하다 끝내 정신을 놓았다.

21일 아침 8시 서울 공릉동 원자력병원 장례식장. 소방 안전교육 도중 숨진 ㅇ초등학교 학부모 정씨의 영결식이 열렸다. 조용했다. 운구 행렬이 움직이자 숨죽이던 울음소리가 조금 커졌을 뿐이다. 억울한 죽음에 대한 하소연이나 당국을 향한 성토조차 슬픔 속에 묻힌 듯했다.

30분 먼저 장례식을 마친 황아무개(35·여)씨의 운구차는 서울 이수동 ㅂ아파트로 향했다. 얼마 전 집을 장만했다고 좋아했다는 고인은 그토록 원했던 집 앞에 잠시 머물렀을 뿐이다. 위패를 든 어린 아들(10)과 함께였다.

소방악대의 장송 행진곡이 흐르는 가운데 정복을 입은 63명의 소방공무원이 경례로 운구차를 보냈다. 교육청과 서울시 소속 공무원들은 침통했다. 희생자들의 영정 속 얼굴만 웃고 있었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2. 영결식 뒤

서울시 소속 공무원 20여명이 악수와 웃음을 주고받으며 대화를 나눴다. “얼마 전에 승진하셨죠? 이런 자리에서 봬서 어떡합니까?” “큰일 치르셨네요.” 그들은 곧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학부모들의 죽음이 더 억울하게 다가오는 아침이었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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