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명벌 모두 발견돼 생존자 나올 가능성 희박
실종자 수색 10일 만에 지난 12일 진성호와 충돌해 침몰한 골든로즈호에서 처음으로 주검 1구가 인양됐다.골든로즈호 선체 수색을 위탁받은 중국 민간 구조팀은 21일 오후 7시18분(한국시각)께 선박 2층 선원실 앞 통로인 단정갑판에서 주검 1구를 찾아내 선체수색용 바지전으로 옮긴 상태라고 해경에 통보해 왔다. 인양된 주검은 미얀마인 3등항해사 틴아웅헤안(26)으로 추정된다.
해양경찰청은 탑재됐던 구명벌(침몰 때 자동팽창되는 보트식 탈출기구) 1대가 이날 조타실 오른쪽에 묶인 채로 발견돼 실종자 생존 가능성이 낮아졌다고 밝혔다.
골든로즈호에 탑재됐던 구명벌은 모두 3대로 중국 해사당국이 사고 당일인 12일 텅 비어 있던 구명벌 2대를 발견해 인양했으나 나머지 1대의 행방은 묘연했다. 이 때문에 실종자 가족들은 실종자들이 구명벌을 타고 표류하며 생존해 있을 가능성을 들어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그러나 나머지 1대의 구명벌이 발견돼 실종자들의 생존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것으로 해경은 보고 있다.
한국인 선원 7명을 포함해 선원 16명이 승선했던 골든로즈호는 지난 12일 중국 진성호와 충돌 후 침몰했다. 해경 쪽은 “실종 선원이 사망했다고 가정할 경우 주검이 부패하면 통상 일주일이면 해면으로 떠오른다”며 “헬기와 경비함을 동원해 바다를 샅샅이 뒤졌는데도 흔적이 없는 것으로 볼 때 탈출하지 못한 선원들이 선원실이나 기관실 등 선체 안에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추정했다.
민간 구조팀은 앞서 20일과 이날 오전 골든로즈호 조타실과 선체 외부를 수색한 결과 조타실 오른쪽 난간이 뒷쪽으로 갈수록 파손 정도가 심하고, 조타실 문이 떨어져 없어지고, 배 오른쪽 뒷부분이 약 1m 가량 찢어져 있었다고 밝혔다. 선원 2~3명이 근무를 서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던 조타실에선 오전 7시23분을 가리키고 있는 시계가 발견됐다.
한편, 실종 선원 가족들은 중국 컨테이너선 진성호가 2~3시간이면 충분한데 예정보다 7∼9시간 늦게 다롄항에 입항한 것으로 볼 때 골든로즈호와 충돌 직후 긴 시간 동안 바다에서 무슨 일을 했는지 ‘의혹이 있다’며 조사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지난 15일부터 중국 옌타이에 머물고 있는 선원 가족들은 이날 오후 회의를 열어 대표 3명만 남겨두고 모두 철수하기로 결정했다. 가족 대표를 맡고 있는 임규성(48)씨는 “가족들이 남아 있는 게 수색·구조 및 사체 인양에 걸림돌이 될 수 있고, 어제 가족들 가운데 한명이 병원에 입원하는 등 많이 지쳐 있어 철수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인천/김영환 기자, 베이징/유강문 특파원 yw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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