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7.05.24 19:02 수정 : 2007.05.24 19:02

뇌성마비 큰아들 위해 부모·동생도 함께 대구가톨릭대 편입 송희근씨네

뇌성마비 큰아들 위해 부모·동생도 함께 대구가톨릭대 편입 송희근씨네

서로 도우며 사회복지학 ‘열공’…같은 처지 돕고파
“불행 뒤집어보면 그 끝에 누구에게나 행복이 있다”

“남들이 보기에는 우리가 힘들어 보이겠지만, 함께할 수 있어 누구보다 행복합니다.”

23일 대구가톨릭대 사회복지학과 수업시간. 비슷한 모습의 네 사람이 즐거운 표정으로 한 교실에서 수업을 듣고 있다. 불편한 장애인 가족을 위해 부모와 동생까지 한 대학 같은 과에 입학한 송희근(53·대구 북구 고성동·사진 맨 왼쪽)씨 가족이다.

송씨와 부인 홍숙자(51), 첫째아들 송성규(27), 막내아들 송주현(21)씨 등 4명은 올해 편입을 통해 나란히 대구가톨릭대 사회복지학과 3학년으로 입학, 대학생활을 함께하고 있다. 뇌성마비 1급지체장애인인 맏아들 성규씨는 대학진학을 앞두고 문제에 직면했다. 수업을 듣고 필기를 대신해 주고 집에 데려오는 등의 뒷바라지를 누가 혼자 도맡기는 어려웠다. 고심 끝에 결국 온 가족이 나섰다.

이들은 대구가톨릭대에 편입하기 전부터 이미 2년 동안 지역의 다른 대학에서 함께 대학 생활을 했다. 성규씨가 좀더 많은 공부를 하길 원하자, 이번에 편입 시험을 모두 함께 쳐 이 대학에 입학했다. 처음엔 아들 둘만 대학에 보내려고 했지만 부모들도 사회복지에 관심이 많았고, 막내아들에게 모든 짐을 지우기보다 온 가족이 의지하며 함께 배우기로 했다.

이들은 학교 캠퍼스에 도착하면 서로 약속이나 한듯 도와가며 휠체어에 성규씨를 앉혀 강의실까지 이동한다. 수업시간에는 가족들이 돌아가며 꼼꼼히 적은 강의 내용을 성규씨에게 전해주는 등 온갖 뒷바라지를 같이한다.

“큰아들을 통해 세상을 다시 보게 됐다”는 아버지 희근씨는 “지금 자신의 처지가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뒤집어 그 끝을 보면 누구에게나 행복이 있다”고 말했다. 오래 전 사고로 허리를 다쳐 힘든 일을 할 수 없는 희근씨는 사회복지사 시험을 쳐 노인복지나 장애인 복지 쪽에서 일하겠다는 꿈이 있다.

묵묵히 형의 손발이 돼주고 있는 동생 주현씨는 “형편이 된다면 장애인용 컴퓨터를 형에게 구해주고, 점자를 배워 형이 계속 공부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다”며 “앞으로 사회복지사가 돼 형과 같은 처지의 사람들을 도우며 살고 싶다”고 밝게 웃었다.


대구/박영률 기자 ylpak@hani.co.kr

사진 대구가톨릭대 제공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