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5.25 19:14
수정 : 2007.05.26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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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보복폭행 사건 수사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한 홍영기 서울경찰청장이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내자동 청사 강당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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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찰청장 사의표명에도 의혹 계속
김승연(55) 한화그룹 회장 보복폭행 사건의 후폭풍이 경찰 수뇌부를 강타하고 있다. 홍영기 서울경찰청장이 25일 전격적으로 사의를 밝혔지만, 서울경찰청 간부들의 비위 혐의가 감찰 결과 잇따라 드러나는 등 후폭풍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사퇴 배경 뭘까?=홍 청장은 이날 이택순 경찰청장에게 사의를 밝힌 뒤 기자들에게 “경찰 조직이 너무 흔들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래서 김 회장 사건 수사의 총괄 책임자인 자신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다. 경찰 내부에선, 강대원 전 남대문경찰서 수사과장이 지난 24일 “(경찰 수뇌부가 압력을 가했다는 의혹에 대해) 알고는 있지만 지금은 말할 수 없다”고 말한 게 큰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도 나온다. 경찰청의 한 총경급 간부는 “경정 한 사람의 무책임한 발언이 홍 청장을 사퇴하게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경찰 내부에서조차 홍 청장의 사퇴가 전적으로 경찰 조직의 안정을 꾀하기 위한 결단이라고 보는 쪽보다는 감찰 조사와 관련이 깊은 게 아니겠느냐는 시각이 많다.
경찰청은 지난 17일 김 회장이 검찰에 송치된 뒤부터 남대문경찰서와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 등을 상대로 본격적인 감찰을 벌여왔다. 이 과정에서 홍 청장도 이번 사건에 관한 광역수사대의 첩보를 남대문경찰서로 이첩한 경위와 한화그룹 접촉 여부 등에 대해 조사를 받았다. 특히 경찰청 감사관실은 홍 청장이 올해 초 한화그룹 고문으로 옮긴 최기문 전 경찰청장과 지난 3월15일 접촉한 사실을 확인했다. 이때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보복폭행 사건이 일어난 지 1주일 뒤였다. 이에 앞서 당시 최 전 청장은 사건이 일어난 2~3일 뒤 고교 후배인 장희곤 남대문경찰서장에게 전화를 걸어 경찰의 수사 여부를 물었다.
후폭풍 어디까지=경찰 내 2인자로 꼽히는 홍 청장이 책임을 자임하고 물러났지만, 이번 사건 수사 과정의 은폐·축소 의혹은 전혀 풀리지 않고 있다. 한화그룹의 금품로비 가능성, 수사팀이 수사 대상인 조직폭력배를 만났는데도 수사선상에 남아 있었던 배경 등 의혹은 날로 늘어나는 상황이다.
이날 경찰청은 한기민 서울경찰청 형사과장을 수사 소홀 등 업무 처리상 책임을 물어 직위해제 및 징계하고 김학배 서울경찰청 수사부장을 수사첩보 이첩 과정의 책임을 물어 직위해제 및 중징계했다. 하지만 이로써 모든 의혹이 말끔히 해소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에 따라 감찰 조사의 한계를 지적하며 검찰 수사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감찰 조사는 압수수색 등 강제 수사를 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한화그룹 쪽 인물 등 외부인에 대한 조사가 어렵기 때문이다.
참여연대는 이날 논평을 내 “경찰 늑장수사 의혹과 한화그룹 쪽의 로비 의혹에 대해 철저한 수사가 진행돼야 한다”며 “일부 인사가 사표를 내는 것으로 경찰의 조직적 은폐 의혹과 한화의 로비 의혹이 가라앉을 수는 없으며, 철저한 조사를 위해 검찰이 나서 사실을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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