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택순 경찰청장 사퇴요구 글 잇따라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보복폭행 사건 수사에 대한 경찰청의 감찰 결과가 발표된 뒤 경찰 조직 내에 `창설 이래 최대의 수치'라는 자괴감이 퍼지면서 이택순 경찰청장에 대한 사퇴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특히 경찰청 게시판 등에 "경찰 수뇌부가 자신들이 살겠다고 부하들을 검찰에 팔아 먹었다"는 등 최고위층을 비난하는 내용의 글이 올라오고 있다.

27일 경찰에 따르면 황운하 총경(경찰종합학교 총무과장)이 사이버경찰청 경찰관전용방에 이 청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내용의 글을 여러 차례 올렸으나 그 때마다 운영자 측에 의해 삭제됐다.

경찰대 출신인 황 총경은 평소 앞장서서 경찰의 수사권 독립을 주장해온 인물로 경찰 내부의 문제가 있을 때마다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해 후배들의 신망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황 총경은 "다른 사람과 교감을 하거나 단체 의견을 대표한 것이 아니라 개인적인 생각을 올린 것일 뿐"이라면서도 "이택순 청장에 대한 의견은 나 혼자만의 생각이 아니라 전체적인 흐름이 그런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시내 일선 경찰서의 한 경정급 간부는 "황운하 총경의 글 말고도 이 청장이 물러나야한다는 내용의 글이 많이 올라왔지만 계속 삭제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사이버경찰청 외에도 무궁화클럽, 폴네띠앙 등 경찰관이 많이 모이는 게시판에도 경찰청 감찰 결과가 발표된 25일 오후부터 경찰 수뇌부를 비난하거나 자성을 다짐하는 내용의 게시물이 잇따르고 있다.

자신을 퇴직 경찰관이라고 밝힌 최모씨는 사이버경찰청에 올린 글에서 "생각 있는 경찰 총수라면 책임지고 조직을 지켜야 한다. 혼자만의 안위를 생각한다면 조직에 누가 될 뿐이다. 수사의뢰 방침을 철회하고 자리에서 물러나라"며 이택순 경찰청장을 직접 겨냥했다.

필명 `죽림누필'은 감찰조사 결과가 발표된 5월25일을 `경치일(警恥日)'로 규정짓고 " 주권을 팔아먹은 것과 다를 바 없는 모반이다. 감히 조직원들을 배신하고 조직을 팔아 먹은 자가 누군지 알아야겠다"라고 말했다.

임화섭 강건택 기자 [e-mail]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