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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5.27 21:11 수정 : 2007.05.28 01:35

자본에 굽신대다 검찰에 수사넘겨
전·현직 수뇌부 연루…줄줄이 소환될듯
“수사권 독립·이미지 개선 물 건너갔다”

“이택순 경찰청장은 물러나라.”

김승연(55) 한화그룹 회장 보복폭행 사건 수사 과정이 전직 경찰총수의 로비와 현직 경찰 지도부의 부적절한 처신으로 점철됐다는 지난 25일 경찰청 감찰조사 결과가 발표된 뒤 경찰이 공황상태에 빠져들고 있다. 경찰 안에서는 “창설 62년 만에 최대의 치욕”이라는 말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경찰청 간부들은 27일 밤 늦게 긴급 대책회의를 열었다.

외압 의혹에 대한 수사를 검찰에 넘기기로 한 경찰청 결정을 두고 경찰 내부 게시판에는 지난 주말 이 청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글이 속속 올라오는 등 수뇌부에 대한 극도의 불신이 표출되고 있다. 경찰대 1기로 ‘수사권 독립’을 외쳐왔던 황운하 총경(경찰종합학교 총무과장)이 ‘경찰청장은 스스로 물러남으로써 조직의 마지막 자존심을 지켜내야 한다’는 글을 여러 차례 올렸다가 운영자에게 삭제되는 일도 벌어졌다.

게시판 글들이 삭제되자 경찰관들은 포털 사이트 다음에 ‘이택순 경찰청장은 물러나라’는 네티즌 청원란을 마련했다. ‘카리스마’라는 이는 ‘이택순님! 그 자리에서 내려와 당신이 의뢰해 수사를 준비 중인 검찰에 조사받을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 그나마 치욕을 더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라며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일선 경찰관들의 반발이 거세자 강희락 경찰청 차장은 27일 밤 10시40분부터 1시간 30분 가량 긴급 대책회의를 열었다. 강 차장은 “이럴 때일수록 조직이 흔들리면 안 된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회의를 열었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는 한진희 경무기획국장, 주상용 수사국장, 김정식 정보국장, 남형수 감사관, 이동선 홍보관리관 등이 참석했다.

이런 상황에서 곧 경찰 수뇌부가 검찰에 줄소환 당할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김학배 전 서울경찰청 수사부장과 장희곤 전 남대문경찰서장에 대해 외압·금품수수 의혹을 수사해달라며 검찰에 의뢰한 상태다. 검찰의 수사 강도에 따라서는 유시왕(55) 한화증권 고문과 고교 동창인 이 청장 등 경찰청 간부들도 줄소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경찰은 감찰 결과 발표 때 “외압 부분에 대한 진실 규명이 더 필요하다고 판단해 검찰에 (수사를) 의뢰한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 청장이 검찰에 출두할 경우 현직 경찰 총수로서 처음 검찰에 나가는 ‘치욕’을 당한다.

그동안 경찰은 ‘인권경찰’ 등 이미지 향상에 노력을 기울여 왔다. 경찰의 ‘2007년도 주요 업무계획’을 보면 △업무처리 투명성 △경찰 청렴성 제고 △경찰의 대국민 의지 등의 성과목표를 내세웠다. 그러나 예전 정치권력에 약했던 경찰이 이젠 자본권력에 약한 모습을 그대로 드러내면서 이런 노력이 한꺼번에 물거품이 돼버렸다는 평가다.

경찰 내부에서도 숙원인 ‘수사권 독립’이 물건너 갔다는 자조가 나오고 있다. 수사권 독립을 위해 애써온 경찰청의 한 총경급 간부는 “이제 경찰이 수사권을 어떻게 얘기할 수 있겠냐”며 “이번 사건이 마무리된 뒤 다시 처음부터 시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 ljh924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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