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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보복폭행 사건 수사과정의 외압 의혹을 밝히기 위해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기로 한 가운데, 공식 수사의뢰를 하루 앞둔 27일 오후 서울 내자동 서울경찰청사의 깃발이 바람에 나부끼고 있다. 장철규 기자 chang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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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찰뒤에도 남는 의문들
서울경찰청장, 한화고문과 3월12~13일 집중통화수사부장·형사과장도 청장등 통해 알았을 가능성 경찰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보복폭행 사건이 언론에 불거진 뒤 “사전 보고는 없었다”고 말해왔다. 그러나 사건 발생 직후부터 홍영기 전 서울경찰청장은 한기민 전 형사과장에게, 한 전 과장과 김학배 전 수사부장은 이 사건을 조사 중이던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에 ‘확인 작업’을 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어떻게 알았을까. ‘청탁·외압의 고리’는 경찰청 감찰조사에서도 명쾌하게 드러나지 않고 있다. 경찰 정보보고 체계 작동 안했나?=모강인 서울경찰청 정보관리부장은 26일 “언론 보도가 나가기 전까지 정보라인에서는 사건 감지가 안 됐다. 당시는 한-미 자유무역협정 집회에 집중할 때였으며, 폭력사건은 관심 사안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는 “만약 김 회장이 개입한 사실을 감지했더라도 형사 쪽에서 내사를 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정보보고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덧붙였다. 정보보고 체계가 작동하지 않았다면 서울경찰청 고위 간부들은 정보나 형사 등 관련 부서의 보고가 없는 상태에서 김 회장 사건을 ‘다른 통로’로 알았다는 말이 된다. 서울경찰청장 누구에게 들었나?=3월12~13일 홍 전 청장과 한화그룹 고문으로 있는 최기문 전 경찰청장은 저녁 약속을 잡기 위해 여러 차례 전화통화를 한다. 이 저녁 약속은 최 고문의 고향 선배인 이호조 서울 성동구청장이 성동경찰서 이전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최 고문에게 부탁해 만든 자리였다고 참석자들은 말하고 있다. 그러나 3월12일은 최 전 청장이 장희곤 전 남대문경찰서장에게 김 회장 사건 내사를 문의한 시점과 겹친다. 최 고문과의 전화통화 이틀 뒤인 3월15일 홍영기 전 청장은 한 전 과장에게 “한화 회장이 룸살롱 종업원을 때렸다는데 알고 있느냐”고 묻는다. 그러나 감찰 결과에는 홍 전 청장이 이 사건을 어떻게 알게 됐는지가 나오지 않는다. 홍 전 청장이 최 전 청장으로부터 사건 얘기를 들었을 수도 있고, 이택순 경찰청장 등 ‘윗선’으로부터 들었을 수도 있다. 수사부장·형사과장에게 청탁·외압 있었나?=최 전 청장이 남대문경찰서장, 서울경찰청장과 통화를 한 다음날인 3월13일 한 전 과장은 광역수사대장에게 내사 여부를 확인하는 전화를 건다. 이날은 한 사설 정보지에 보복폭행 관련 내용이 실렸던 날이다. 광역수사대 쪽은 한 전 과장의 전화를 받은 뒤 김 전 수사부장에게도 구두보고를 한다. 이어 김 전 수사부장은 3월16일 광역수사대장에게 전화를 걸어 내사진행 상황을 물은 뒤 일주일이 지나 첩보를 남대문경찰서로 넘기라고 지시한다. 김 전 수사부장은 이 지시에 대해 “본인의 판단 미스”라고 말했지만, 당시 광역수사대의 강한 반발이 있었던 점을 고려하면 납득하기 힘든 해명이다. 초기 수사부터 덮으려는 외압 있었나?=감찰조사 결과를 보면, 한 전 과장이 광역수사대에 내사 여부를 확인한 3월13일 김환수 전 남대문경찰서 태평로지구대장은 사건 당시 출동 경찰들에게 ‘사실관계를 확인하라’는 지시를 내린다. 남대문서 차원에서 조사가 이뤄진 셈이다. 이어 출동 경찰들은 3월15일 ㅅ클럽 사장으로부터 ‘김 회장이 가게에 있었다’는 답변을 듣지만 상부에 보고하지 않는다. 이날은 홍 전 청장이 한 전 과장에게 이 사건에 대해 물어본 날이다. 상부 보고가 있었으나 외압으로 추가 수사가 이뤄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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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전 과장은 사건을 남대문경찰서로 이첩시킨 3월28일 최 전 청장으로부터 “사건이 접수되면 잘 처리해 달라”는 청탁전화를 받고는 “내 권한 밖이다. 합의가 우선이니 남대문경찰서와 빨리 협조하여 처리하라”고 대답한다. 이틀 뒤인 3월30일께 강대원 전 남대문경찰서 수사과장은 내사착수 보고서를 작성하며 김 회장 대신 둘째아들을 가해자로 올린다. 이에 대해 강 전 과장은 26일 “착오로 잘못 쓴 것이다. 제목에는 둘째아들만 들어갔지만 보고서 내용에는 김 회장도 명시됐다”고 말했다. 그는 “가해자뿐만 아니라 피해자들도 다 알아봤다”며 감찰 결과를 모두 부인했다. 김 전 태평로지구대장도 ‘출동 경찰들에게 사실관계 확인 지시를 한 적도 없다’고 말했다. 김남일 노현웅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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