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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5.28 23:21 수정 : 2007.05.29 01:32

이택순 경찰청장 주재로 28일 서울 미근동 경찰청사에서 열린 ‘전국 경찰 지휘부 회의’에 참가한 한 참석자가 손으로 이마를 괸 채 생각에 잠겨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긴박했던 경찰지휘부 회의

“회의 내용 함구령”…총경이하 나가게 하기도
청와대 “비위 없어…사표받을 일 아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보복폭행 사건과 관련해 경찰 내부로부터 사퇴 요구를 받고 있는 이택순(55) 경찰청장은 버티기에 들어갔다. 청와대는 “사표를 받을 일이 아니다”라며 이 청장을 ‘엄호’하고 있고, 검찰은 김 회장 사건 수사과정의 외압의혹 사건 수사를 특수부가 아닌 형사8부에 배당했다.

◇…28일 서울 미근동 경찰청사에서 열린 전국 경찰지휘부 회의는 사뭇 비장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지휘부는 오전 10시30분 회의를 시작해 컵라면으로 점심을 때우면서 오후 3시께까지 회의를 이어갔다. 한 지방경찰청장은 “격론이 오갔다”고 말했다. 회의 시작 30분 정도 지나 일부 참석자들이 “경찰청장이 있으면 자유로운 토론이 어려울 것 같다”고 요구해 이 청장이 자리를 비우자, 일부 참석자들은 이 청장의 거취 문제를 거론하기도 했고, 이 청장이 직접 태도 표명을 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그러나 일부에선 “검찰 수사 결과를 따르면 된다”는 의견도 나왔다.

회의 도중 총경 이하 간부들은 퇴장당했다. 한 총경급 간부는 “회의 내용에 대해 ‘함구령’이 내려졌다”고 말했다.

◇…이날 회의 시작에 앞서 이 청장은 김 회장 사건 수사과정의 외압 의혹을 검찰 수사로 넘긴 데 대해 “객관적이고 신속한 처리를 위해 불가피하게 검찰에 수사를 맡겼다”고 말했다. 이 청장은 또 “사건 처리과정에서 나타난 문제점들을 진단해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해 계속 자리를 지키겠다는 뜻을 분명히했다.

하지만 경찰청의 한 총경은 “이 청장이 그렇게 자신 있으면 감찰조사 때 자신의 통화내역을 스스로 내는 등 움직임을 보여야 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검찰에 수사를 의뢰함으로써 조직의 자존심을 건드린 이상 반발을 잠재우기는 늦었다는 것이다.

이 청장의 퇴진을 촉구해 온 황운하(44·경찰종합학교 총무과장) 총경은 이날 <기독교방송> 인터뷰를 통해 “(청와대가) 검찰에 수사를 의뢰한 것을 이 청장이 총수직을 걸고 막아야 했다”며 “막을 수 없는 상황이라면 과감히 직을 포기해야 했다”고 말했다. 경찰대 동문회는 이날 저녁 경찰청 부근 맥줏집에서 모임을 열고 이번 사태를 논의할 예정이었으나, 모임 시작을 앞두고 언론의 관심 집중 등을 이유로 갑자기 취소했다.


◇…청와대는 이 청장의 거취 문제에 대해 “임기제 경찰청장으로서 분명한 비위나 문제점이 발견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사표를 받을 일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후 정례브리핑에서 “현재까지 청와대에서 이 청장의 거취 문제를 논의한 바 없고, 그럴 이유도 없다”며 이렇게 말했다. 청와대 민정수석실 고위관계자도 “이번 사건과 관련해 이택순 청장의 사표를 받는 문제를 아직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 민정수석실 관계자는 “현재까지 이 청장 비리가 드러나지 않은 이상 사표 문제를 거론할 때가 아니라는 원론적인 말일 뿐”이라고 말했다.

◇…박철준 서울중앙지검 1차장검사는 경찰이 수사의뢰한 김 회장 사건 수사과정의 외압 의혹을 서범정 형사8부장에게 맡긴 데 대해 “보복폭행 사건 수사를 지휘한 서 부장이 사건 내용을 제일 잘 알고 있어 수사의뢰된 사건도 함께 배당하게 됐다”고 말했다. 수사팀은 보복폭행 수사 지휘를 담당해 온 형사8부 검사들 쪽에 특수부, 마약조직범죄수사부 검사들 일부가 파견되는 형태로 꾸려질 것으로 보인다.

이정훈 김남일 이순혁 기자 ljh924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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