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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5.29 11:16 수정 : 2007.05.29 13:21

삼성 본관 / 한겨레 이종근 기자

에버랜드 CB 저가 발행 전·현직 사장 “배임” 판결
이재용씨 120만주 절반값 인수…이사회 결의 무효

‘에버랜드 전환사채(CB) 저가발행’ 사건 항소심에서 전ㆍ현직 대표이사가 배임 행위를 저질러 회사에 89억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가 유죄로 인정됐다.

서울고법 형사5부(조희대 부장판사)는 29일 에버랜드 전환사채(CB) 저가발행을 공모해 회사에 970억원대 손해를 끼친 혐의로 기소된 허태학ㆍ박노빈씨(전ㆍ현직 사장)에게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를 유죄로 인정, 각각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과 벌금 30억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에버랜드 CB의 가격이 최소 1만4천825원이며, 이건희 회장의 자녀인 재용씨 등 남매가 인수한 주당 7천700원의 가격은 현저히 낮다는 검찰의 공소 사실을 모두 받아들였다.

이건희 회장의 장남 재용씨는 1996년 10월 에버랜드 CB를 주당 7천700원에 120만주를 인수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 배임 행위를 저질러 회사에 손해를 끼쳤고, 손해액은 특경가법의 적용을 받아 가중 처벌되는 5억원 이상이라고 판시했다.

박노빈씨의 경우 1심에서 징역 2년에 집유 3년이 나왔지만 항소심에서 약간 높아졌고, 두 피고인에게 모두 벌금형도 30억원씩 부과됐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의결 정족수 미달이어서 무효인 이사회 결의에 의해 7천700원이라는 현저히 낮은 가격에 전환사채를 이재용씨 등에게 배정해 에버랜드의 지배권을 넘겨줬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당시 이사회는 정족수 미달로 무효인데도 무효인 이사회의 결의에 터잡아 3자인 이재용씨 등에게 전환사채를 배정한 것은 업무 위배임에 틀림 없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회사의 손해액 또는 이재용씨가 얻은 이익액과 관련, "이재용씨는 일반 투자자가 아닌 주주이므로 여러 비상장 주식의 가치평가방법 중 순자산가치 방식이 일단 기준이 될 수 있다. 다른 사정을 감안해도 최소한 적정 주가는 1만4천825원 이상이며 이재용씨는 약 186억원 이상인 주식을 96억여원에 인수해 차액인 89억4천25만9천25원의 이익을 챙겨 그 만큼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들이 이건희 회장이나 계열사 주주들과 공모해 배임 행위를 저지른 것인지에 대해서는 "기존 사실만으로도 업무상 배임죄는 성립되고, 기존 주주 등과의 공모 여부는 범죄 성립에 관계가 없다"며 `공모' 여부는 판단하지 않았다.

변호인인 `김앤장' 신필종 변호사는 "CB 발행으로 인한 손해는 주주의 손해이지 회사의 손해가 아니다"라며 "의뢰인측과 얘기해 대법원에 상고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법원이 삼성그룹의 편법 경영권 승계 논란을 불러온 에버랜드 전환사채 저가발행 사건의 항소심에서 원심을 유지하고 유죄를 선고함에 따라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의 경영권 승계 작업은 크게 위축될 전망이다.

29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 등 재벌 그룹의 2, 3세 편법 경영권승계 작업은 최근 몇 년 간 시민단체의 문제제기와 검찰 수사 등으로 잇따라 제동이걸리고 있다.

재벌 2, 3세가 경영권 편법 승계와 경영권 강화 등의 문제로 검찰 수사망에 걸린 것은 2003년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처음이었고 작년에는 현대.기아차그룹의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기아차 사장이 수사를 받아야 했다.

또 이날 법원이 에버랜드 사건의 항소심에서도 유죄를 인정함에 따라 검찰 수사의 칼날은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으로 향하고 있다.

한편 이제는 더 이상 세금을 물지 않고 편법을 동원한 경영권 승계 작업을 할 수는 없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신세계의 경우와 같이 세금을 제대로 내고 정정당당하게 경영권을 상속하겠다는 기업도 등장하고 있다.

◇ "편법 상속 더 이상 안 통한다" = SK 최태원 회장은 경영권 강화를 위해 계열사 주식을 맞교환하는 편법을 쓰다 검찰 수사를 받고 옥고를 치렀다.

최 회장은 2002년 4월 독점거래법상 출자총액 제한제도가 실시됨에 따라 그룹의지배권을 잃을 것을 우려하고 비상장사인 워커힐 호텔과 상장사인 SK㈜ 주식을 맞바꾸는 식으로 그룹 지배권 강화를 시도했다.

당시 최 회장은 워커힐호텔 주식은 자산기준으로 높게 평가하고 SK㈜ 주식은 시가를 기준으로 평가하는 방식을 동원했다.

최 회장은 법정에서 "주식 맞교환은 경영권 방어를 위해 불가피했다"며 무죄를 주장했지만 법원은 검찰의 손을 들어줘 최 회장은 1심에서 징역 3년, 항소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다.

현대.기아차그룹은 작년 비자금 사건으로 정몽구 회장이 구속되는 큰 시련을 겪었다.

현대차 양재동 본사 사옥 증축 과정의 로비 의혹에서 시작된 검찰 수사는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정의선 사장의 경영권 승계 과정으로 옮아갔다.

의혹은 그룹의 물류회사인 글로비스에 집중됐다.

현대차 그룹이 글로비스에 물량을 몰아주고 계열사인 본텍의 주식을 헐값에 매입한 뒤 비싸게 파는 방법으로 정 사장이 경영권 승계를 위한 종자돈을 마련한 것이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급기야 현대차그룹은 정 회장 부자가 보유하고 있던 글로비스 주식을 조건 없이사회에 환원하겠다는 뜻을 밝혔고, 이로써 현대차의 경영권 승계 계획은 한동안 수면 아래로 내려갈 수밖에 없게 됐다.

삼성그룹도 이날 법원이 에버랜드 사건에 대해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유죄를인정, 그룹 총수인 이건희 회장에 대한 검찰 수사가 불가피해짐에 따라 이재용 전무의 경영권 승계도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게 됐다.

◇ "차라리 당당히 세금 내겠다"..2, 3세 경영 참여도 활발 = 삼성과 현대차가 2세들에 대한 '값싼 승계'를 추진하다 잇따라 발목을 잡힘에 따라 재계에서는 이제 당당히 세금을 내고 떳떳하게 경영권을 승계하겠다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첫 테이프를 끊은 것은 신세계다.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은 작년 9월 아버지 정재은 신세계 명예회장으로부터 신세계 주식 37만7천400주를 물려받았고 2천억원에 달하는 증여세를 주식으로 현물 납부했다.

정 부회장은 작년 말 부사장에서 부회장으로 두 계단이나 승진하면서 경영 전면에 나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한편 신세계의 사례를 계기로 정당하게 세금을 내고 경영권을 승계하겠다는 문화가 확산되면서 2, 3세를 경영일선 전면에 배치해 본격적인 경영수업을 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작년 12월 정몽근 회장이 명예회장으로 물러나면서 아들인 정지선 부회장이 경영권을 넘겨받았다.

또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아들 세창씨는 부장에서 이사로 승진했고 조양호 한진그룹 장녀 현아씨와 장남 원태씨도 각각 상무와 상무보로 승진, 3세 경영 체제를 굳히고 있다.

허동수 GS칼텍스 회장의 장남인 세홍씨도 외국계 회사에서 근무하다 GS칼텍스 상무로 영입돼 경영수업을 받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김태종기자 minor@yna.co.kr·윤종석 기자 banana@yna.co.kr


에버랜드 전환사채 저가발행 사건 일지

▲1996.10.30 = 에버랜드 이사회, 주주배정방식 CB 발행 결의

▲1996.12. 3 = 이사회, CB 125만4천여주 3자 배정방식으로 재용씨 남매에게 배정 결의

▲2000. 6.29 = 법학교수 43명, 이건회 회장 등 33명 상법상 특별배임 및 업무상 배임 혐의로 고발

▲2003.12. 1 = 허태학ㆍ박노빈 전현직 사장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로 불구속 기소

▲2004. 3.22 =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 에버랜드 CB사건 첫 공판

▲2005. 1.10 = 검찰, 허태학씨 징역 5년ㆍ박노빈씨 징역 3년 구형

▲2005. 2. 1 = 선고 2월 14일로 연기

▲2005. 2.14 = 변론 재개

▲2005. 8.29 = 결심공판

▲2005.10. 4 = 법원, 허씨 징역3년ㆍ집유5년, 박씨 징역2년ㆍ집유3년 선고

▲2005.12.20 = 서울고법 형사5부, 항소심 첫 공판

▲2006. 2. 7 = 법관 인사로 재판장 교체

▲2006. 8.10 = 검찰, 홍석현(에버랜드 주주사인 전 중앙일보 회장) 전 미국대사 소환조사

▲2006. 8.28 = 법관 인사로 재판장 교체

▲2006. 9~11 = 검찰, 이학수 삼성 부회장 3차례 소환조사

▲2006.12. 7 = 검찰, 허씨 징역 5년ㆍ박씨 징역 3년 구형

▲2007. 1.18 = 선고 연기 및 변론 재개

▲2007. 5. 3 = 항소심 결심공판

▲2007. 5.29 = 항소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 유죄 인정

허ㆍ박씨 징역3년, 집행유예5년, 벌금 30억원

김태종 기자 minor@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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