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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5.29 11:44 수정 : 2007.05.29 11:44

법원이 삼성그룹의 편법 경영권 승계 논란을 불러온 에버랜드 전환사채 저가발행 사건의 항소심에서 원심을 유지하고 유죄를 선고함에 따라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의 경영권 승계 작업은 크게 위축될 전망이다.

29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 등 재벌 그룹의 2, 3세 편법 경영권 승계 작업은 최근 몇 년 간 시민단체의 문제제기와 검찰 수사 등으로 잇따라 제동이 걸리고 있다.

재벌 2, 3세가 경영권 편법 승계와 경영권 강화 등의 문제로 검찰 수사망에 걸린 것은 2003년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처음이었고 작년에는 현대.기아차그룹의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기아차 사장이 수사를 받아야 했다.

또 이날 법원이 에버랜드 사건의 항소심에서도 유죄를 인정함에 따라 검찰 수사의 칼날은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으로 향하고 있다.

한편 이제는 더 이상 세금을 물지 않고 편법을 동원한 경영권 승계 작업을 할 수는 없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신세계의 경우와 같이 세금을 제대로 내고 정정당당하게 경영권을 상속하겠다는 기업도 등장하고 있다.

◇ "편법 상속 더 이상 안 통한다" = SK 최태원 회장은 경영권 강화를 위해 계열사 주식을 맞교환하는 편법을 쓰다 검찰 수사를 받고 옥고를 치렀다.

최 회장은 2002년 4월 독점거래법상 출자총액 제한제도가 실시됨에 따라 그룹의 지배권을 잃을 것을 우려하고 비상장사인 워커힐 호텔과 상장사인 SK㈜ 주식을 맞바꾸는 식으로 그룹 지배권 강화를 시도했다.

당시 최 회장은 워커힐호텔 주식은 자산기준으로 높게 평가하고 SK㈜ 주식은 시가를 기준으로 평가하는 방식을 동원했다.


최 회장은 법정에서 "주식 맞교환은 경영권 방어를 위해 불가피했다"며 무죄를 주장했지만 법원은 검찰의 손을 들어줘 최 회장은 1심에서 징역 3년, 항소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다.

현대.기아차그룹은 작년 비자금 사건으로 정몽구 회장이 구속되는 큰 시련을 겪었다.

현대차 양재동 본사 사옥 증축 과정의 로비 의혹에서 시작된 검찰 수사는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정의선 사장의 경영권 승계 과정으로 옮아갔다.

의혹은 그룹의 물류회사인 글로비스에 집중됐다.

현대차 그룹이 글로비스에 물량을 몰아주고 계열사인 본텍의 주식을 헐값에 매입한 뒤 비싸게 파는 방법으로 정 사장이 경영권 승계를 위한 종자돈을 마련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급기야 현대차그룹은 정 회장 부자가 보유하고 있던 글로비스 주식을 조건 없이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뜻을 밝혔고, 이로써 현대차의 경영권 승계 계획은 한동안 수면 아래로 내려갈 수밖에 없게 됐다.

삼성그룹도 이날 법원이 에버랜드 사건에 대해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유죄를 인정, 그룹 총수인 이건희 회장에 대한 검찰 수사가 불가피해짐에 따라 이재용 전무의 경영권 승계도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게 됐다.

◇ "차라리 당당히 세금 내겠다"..2, 3세 경영 참여도 활발 = 삼성과 현대차가 2세들에 대한 '값싼 승계'를 추진하다 잇따라 발목을 잡힘에 따라 재계에서는 이제 당당히 세금을 내고 떳떳하게 경영권을 승계하겠다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첫 테이프를 끊은 것은 신세계다.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은 작년 9월 아버지 정재은 신세계 명예회장으로부터 신세계 주식 37만7천400주를 물려받았고 2천억원에 달하는 증여세를 주식으로 현물 납부했다.

정 부회장은 작년 말 부사장에서 부회장으로 두 계단이나 승진하면서 경영 전면에 나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한편 신세계의 사례를 계기로 정당하게 세금을 내고 경영권을 승계하겠다는 문화가 확산되면서 2, 3세를 경영일선 전면에 배치해 본격적인 경영수업을 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작년 12월 정몽근 회장이 명예회장으로 물러나면서 아들인 정지선 부회장이 경영권을 넘겨받았다.

또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아들 세창씨는 부장에서 이사로 승진했고 조양호 한진그룹 장녀 현아씨와 장남 원태씨도 각각 상무와 상무보로 승진, 3세 경영 체제를 굳히고 있다.

허동수 GS칼텍스 회장의 장남인 세홍씨도 외국계 회사에서 근무하다 GS칼텍스 상무로 영입돼 경영수업을 받고 있다.

윤종석 기자 banana@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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