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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5.29 13:23 수정 : 2007.05.29 13:23

‘에버랜드 전환사채 저가발행 사건’ 유죄 의미와 전망

`에버랜드 전환사채(CB) 저가발행 사건' 항소심에서도 전ㆍ현직 대표이사들의 유죄가 인정됐다.

임원들이 자신들에게 맡겨진 회사 재산을 부당하게 삼성그룹 후계자 이재용씨에게 넘겨줘 회사에 손해를 끼친 것은 위법행위라는 점을 법원이 인정한 것이다.

다만 허태학ㆍ박노빈씨(전ㆍ현직 사장)가 삼성그룹 차원에서 계열사인 에버랜드 주주들에게 배정된 CB를 실권하도록 주주들과 공모했고 결국 이재용씨에게 회사 지배권이 넘어가게 됐다는 검찰의 주장과 관련해 재판부는 `공모' 여부를 판단하지 않아 이 대목은 향후 풀어야할 과제로 남게 됐다.

◇ 유죄 인정 취지와 의미 = 항소심의 쟁점은 크게 `CB 저가 발행이 회사에 손해인지, 즉 이사들이 배임을 했는지'와 `손해액은 얼마인지', `CB 발행이 에버랜드 지배권을 이재용씨에게 넘기기 위한 공모나 계획 하에 진행됐는지' 등 세 가지였다.

삼성측은 CB 저가 발행은 주주들의 문제일 뿐 회사의 손해는 없으므로 배임죄가 아니며, CB 가격도 적정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지만 인정되지 않았다.

재판부는 CB 가격이 높았다면 회사에 더 많은 자금이 유입됐을 것이므로 헐값과 적정 가격의 차액만큼 손해이며, CB 가격 7천700원도 턱없이 낮은 가격이라고 판단했다.


통상 자본을 확충하기 위해 CB를 발행할 경우 주식의 실제가치를 평가해 적정한 가격을 정한 뒤 더 필요한 자본금의 규모에 따라 발행주식 수를 결정짓는다. 자본금이 필요하면 주식을 더 발행하면 된다.

그러나 당시 발행주식 70만2천700주였던 에버랜드는 거꾸로 `목표' 주식 수를 200만주, 자본금을 100억원으로 정해놓고 자본금(100억원)을 모자라는 주식 수(129만2천주)로 나눠 CB 가격을 산정했다.

게다가 7천700원이라는 헐값인데도 당시 그룹 후계 문제로 이건희 회장과 갈등을 빚던 제일제당(현 CJ)을 제외한 계열사 주주들이 모두 CB 인수를 포기, 이재용씨가 인수해 순식간에 최대 주주가 됐다.

항소심 법원은 `CB 저가 발행'으로 회사에 더 들어올 수 있었던 자본이 안 들어와 손해가 생겼고, CB 가격 산정에도 문제가 있었다는 점을 분명히 지적했다는 의미가 있다.

1심은 CB 가격이 헐값인 점은 인정했지만 적정 주가를 평가할 수 없어 이재용씨가 얻은 이익액도 산정할 수 없다며 형법상 업무상 배임죄를 적용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최소한 에버랜드의 적정 주가는 1만4천825원 이상이며 이재용씨는 약 186억원 이상인 주식을 96억여원에 인수해 차액인 89억4천25만9천25원의 이익을 챙겨 그만큼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며 특경가법을 적용했다.

◇ 재판 결과에 따른 파장 = 고법의 유죄 선고로 삼성 지배구조도 직ㆍ간접적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도 가능한 시나리오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이재용씨는 1995년 이후 비상장 계열사 지분 취득 → 비상장사를 상장시킨 후 지분을 매각해 마련한 `종잣돈'으로 에버랜드ㆍ삼성전자 등 핵심회사 지분 인수 → 에버랜드의 삼성생명 최대주주 등극 등 계열사 지배력 확대 순으로 그룹 경영권을 물려받았다.

이 과정에 공통적으로 전환사채(CB)나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이 중요 수단으로 사용됐다.

이재용씨는 이건희 회장으로부터 1995년 60억원을 증여받아 세금을 내고 남은 44억으로 에스원 등 비상장사 주식을 사들여 상장시킨 후 처분해 자금을 560억원으로 `뻥튀기'한 뒤 에버랜드 지분을 약 100억원에, 삼성전자 지분을 약 450억원에 취득했다.

이재용씨가 에버랜드 최대 주주가 되자 삼성생명은 에버랜드에 대해 주당 약 9천원에 20% 지분의 사모사채를 발행해 에버랜드는 삼성생명의 최대 주주가 됐다.

결국 삼성그룹은 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카드→에버랜드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를 완성했지만 법원 판결로 이재용씨의 에버랜드 지분을 둘러싼 `도덕성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향후 이재용씨 지분 취득의 적법성을 둘러싼 논란이 해소되지 않을 경우 주주들이 차액지급 소송을 내거나 삼성그룹 관계자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내는 방안, 공정거래위원회가 불공정거래 행위로 규정해 시정명령을 내리는 방안 등이 이론적으로 가능하다.

그러나 항소심 선고에도 불구하고 양측이 상고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결국 대법원에서 유ㆍ무죄가 판가름날 것으로 보인다.

CB 저가 발행으로 이사들의 배임 행위가 성립되는지, 회사에 가능한 많은 자본이 확충돼야 하는지, 배임의 `공모'를 인정할 지 등 핵심 쟁점에 대해 공방이 있어서 대법원의 해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임주영 기자 zoo@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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