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당시 두 선장 선박 운행하지 않았다"
상대선 동정파악 소홀..안전속력 감속 않아
중국 컨테이너선 진성호와 우리 화물선 골든로즈호 모두 안갯속 항법을 준수하지 않은 채 운항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진성호 선장은 사고 당시 직접 선박을 운항하지 않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22부터 25일까지 골든로즈호 침몰사고에 대한 중국 현지 조사를 벌인 해양수산부 조사단장인 중앙해양안전심판원 김종의 심판관은 30일 해양수산부 브리핑룸에서 이같은 내용의 골든로즈호 침몰사고 중간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김 심판관은 "중국 당국으로부터 수집한 사고관련 자료를 분석한 결과 두 선박은 사고 당시 짙은 안개로 시계가 300∼400m로 제한된 상태에서 레이더를 통한 상대선의 동정파악을 소홀히 했고, 안전한 속력으로 감속하지 않는 등 안갯속 항법을 준수하지 않은 채 항해했던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두 선박의 항적을 기록한 자동확인시스템(AIS) 자료를 보면 골든로즈호와 진성호 모두 안갯속인데도 속력을 거의 줄이지 않고 평상시와 동일한 속력을 유지한 것으로 봐 레이더를 통한 상대선의 동정파악을 소홀히 했고, 안전한 속력으로 감속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고 해양부는 밝혔다.
국제해사기구(IMO)의 국제 항법규칙에는 안개가 끼거나 폭우가 퍼붓는 등 시계가 확보되지 않은 경우 평상시 항법과 다른 무중(안갯속)항법이 적용되는 데 무엇보다 레이더를 통한 상대선의 동정파악과 감속이 중요하다는 게 해양부의 설명이다.
무중항법에는 안전속력이 정확히 어느 정도라고 수치로 규정돼 있지 않지만 두 배가 서로 비켜갈 수 있는 정도의 항해속력을 말하며 운항자의 조선능력, 선박의 크기 등 그 때 당시의 상황에 따라서 정해진다. 김 심판관은 "안갯속 항법을 지키지 않았다고 해서 중국측이 주장하듯 쌍방과실을 인정하는 것은 아니다"며 "골든로즈호와 진성호 중 어떤 선박이 주로 과실을 범했는지 여부는 중국측 자료를 바탕으로 사고 당시를 재현하는 시뮬레이션과, 골든로즈호에 대한 수중촬영 결과, AIS 자료 등을 토대로 양 선박의 움직임과 충돌각도, 부딪힌 부위 등을 정밀하게 분석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심판관은 "중국측 조사자료에 의하면 진성호 선장은 사고 당시 직접 선박을 운항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면서 "골든로즈호 선장도 사체가 조타실이 아닌 침실 부근에서 발견된 것으로 봐 두 선박의 선장 모두 사고 당시 직접 선박을 운항하지 않았던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김 심판관은 진성호측이 사고 후 인명구조 의무를 다했는 지 여부에 대해 "현지 자료 입수과정에서 중국 대표들과 이야기를 했는데, 중국측은 이 문제에 대해 많은 조사를 하고 있고 조사결과에도 구조활동 부분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중국측에서 확보한 진성호 선장이나 선원들의 진술서는 현재 분석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중국측은 내주 중 자체조사 결과를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앞으로 중국측 조사 결과를 면밀히 검토한 뒤 미진한 부분에 대해서는 우리측 조사 결과를 토대로 세밀하게 대응해 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김 심판관은 정부가 중국측의 조사결과 발표 이후 대응을 해나가겠다고 하는 등 자체조사에 소극적이라는 지적에 대해 "현재까지는 사실관계만 파악됐고 선박의 움직임과 속력, 침로 등을 시간별로 분석한 뒤 선원들의 진술 등을 가미해서 전문가들과 함께 시뮬레이션을 하면 사고원인이나 사고에 대한 자체판단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율 기자 yulsid@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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