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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경급 이상’ 14명 대기업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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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 경찰간부 취업 최근 6년 살펴보니…
보험·보안업계, 수사 경험 높이 사
건설업계는 ‘인적 네트워크’ 활용
한화그룹은 지난 1월 최기문 전 경찰청장을 고문으로 영입하면서 ‘회사 업무와 관련한 대외관계를 원활하게 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김승연 회장의 보복폭행 사건 수사 과정에서 최 고문이 청탁전화를 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경찰 출신 인사들의 대기업 취업 현황과 그 이유가 관심을 끌고 있다.
30일 참여연대가 행정자치부에 정보공개를 청구해 받은 자료와 국회 행정자치위원회 소속 이인영·홍미영 의원(열린우리당)이 경찰청에서 받은 퇴직 간부 취업현황 자료 등을 종합하면, 2001년 이후 퇴직한 뒤 자본금 50억원 이상 기업에 취업한 것으로 확인된 총경급 이상 간부는 14명이다. 최 고문을 포함해 성낙식 삼성생명 고문(전 경찰청 차장), 김병준 삼성에스디아이 고문(전 경찰청 보안국장), 김용화 삼성전자 고문(전 경찰청 수사국장), 민승기 금호석유화학 사외이사(전 경남경찰청장), 권지관 고려노벨화약 고문(전 부산경찰청장), 홍병철 세경건설 부장(전 원주경찰서장) 등이 포함돼 있다.
퇴직 경찰 간부를 ‘반기는’ 분야는 보안·경비·보험·건설 쪽이다. 주된 채용 이유는 수사 등 경찰 고유 업무에 따른 전문성 활용이다. 홍경선 삼성전자 홍보과장은 “첨단기술 유출을 막기 위해 산업보안 쪽에 수사 전문가인 김 고문을 채용했다”고 밝혔다. 삼성에스디아이 쪽도 같은 이유를 들었다. 경비업체인 에스원에는 치안감·총경 출신이 3명이나 있다. 삼성화재는 임무성 전 총경을 고문으로 영입했다. 류희정 삼성화재 홍보과장은 “최근 보험사기가 지능적으로 변하고 있어 경찰 출신 수사전문가를 영입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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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경급 이상 퇴직 경찰 취업현황(2001~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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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안이나 보험 분야가 ‘실무 능력’을 따진다면, 건설 쪽은 ‘인적 네트워크’를 따지는 편이다. 이윤조 전 경무관은 삼성건설 고문으로 있다. 삼성건설 쪽은 “재개발·재건축 업무를 하다 보면 철거 과정 등에서 민원이 많이 생긴다. 경찰 등 공권력의 도움이 필요할 때 협조를 얻는다”고 말했다. 해양경찰청 출신 인사들은 항만 통관절차에 민감한 무역회사에 취업하기도 한다. 인적 네트워크와 경찰 안 정보력을 최대한 활용하는 경우다. 퇴직 경찰들의 전문성과 기업의 이해가 맞아떨어지는 것을 탓할 수는 없지만, ‘업무 연관성’이 높은 분야로 재취업하는 데는 더 엄격한 제한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공직자윤리법은 퇴직 뒤 2년 동안은 퇴직 전 3년 이내에 소속했던 부서의 업무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업체에 취업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취업을 원할 때는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경찰은 워낙 업무분야가 넓다는 이유로 승인 심사가 ‘느슨한’ 편이다. 이재근 참여연대 행정감시팀장은 “경찰의 조사·수사 업무는 업무 연관성 판단 기준에서 누락돼 있다”며 “이를 기준에 포함시킬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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