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5.31 11:45
수정 : 2007.05.31 12:01
한국인들은 모르는 ‘외국인 차별 3종 세트’
우리 사회의 외국인 차별은 이주노동자에게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한국인들이 미처 느끼지 못하는 ‘일상의 차별’은 백인 남성부터 화교 여성까지 ‘평등’하다. 희망제작소가 주한 외국인들의 ‘뼈 있는’ 아이디어를 모아 일상 속의 외국인 차별 ‘3종 세트’를 내놓았다.
세금 꼬박꼬박 내는데…외국인이라고 무임승차권 안줘
폴 시걸(81)씨는 한국 사람이 다 된 미국인이다. 48년째 국내에 머물며 학생들을 가르친 탓에 한국말도 유창하다. 세금도 꼬박꼬박 냈다. 하지만 지하철을 탈 때마다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다. 65살 이상이면 발급되는 무료승차권을 한국 국적이 아니라는 이유로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노인’이란 말에 나이 말고 국적까지 포함돼 있다는 뜻인데, 대학에서 영문학을 가르친 그는 이를 이해할 수 없다. 그는 “미국에서는 단기체류하는 외국인 노인 관광객에게도 ‘노인 할인’을 해준다”고 말했다.
인터넷 신분확인 주민번호 요구…회원가입 꿈도 못꿔요
왕은미(35·여)씨는 한국에 사는 화교다. 일본에서 8년 동안 공부를 하고 한달 전 다시 돌아왔다. 그새 한국은 인터넷 강국이 됐다. 편할 줄 알았는데 웬걸. 외국인에게는 불편하기 짝이 없다. 텔레비전 방송 다시보기를 하거나 인터넷 서점·쇼핑몰에 들어가려면 주민등록번호를 요구한다. 외국인 등록번호를 받는 곳도 신분증 사본을 요구하는 등 절차가 까다롭다. 그는 “한국방송 사이트에 가입할 때는 1시간 넘게 컴퓨터와 ‘투쟁’을 했다”고 한다. 급하면 급한 대로. “화교들 가운데는 한국 친구의 주민등록번호를 빌려 이용하는 이들도 많다”고 한다.
몸 불편한데 국적타령? 장애인 등록증은 ‘그림의 떡’
한국에 사는 외국인 장애인들은 휠체어가 그려진 ‘장애인 전용 주차장’에 차를 세우지 못한다. 장애인 등록증이 없기 때문이다. 재미있는 건 장애인 차량 스티커는 발급해준다는 사실이다. 그걸 믿고 차를 세웠다가 장애인 등록증을 요구하는 바람에 벌금을 내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주려면 모두 줄 것이지, 이런 ‘눈 가리고 아웅’이 없다. 역시나 국적 탓이다. 보건복지부 쪽은 “한국 국적을 가진 장애인에게만 장애인 등록증을 발급한다”고 한다. 이런, 몸이 불편하다는데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국적 타령이라니.
시걸씨와 왕씨, 희망제작소는 30일 국가인권위원회에 이런 차별 사례를 진정하고 직권조사를 요청했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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