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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5.31 16:36 수정 : 2007.05.31 16:36

삼성 에버랜드 사건 항소심 결과가 신문에 실린 30일, 대법원 기자실에서는 난데없는 ‘이름 찾기’ 경쟁이 벌어졌다. 기자들이 기사에서 찾으려고 애쓴 것은 다름 아닌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이름이었다. 전날 이 회장의 이름을 기사에서 빼기 위한 삼성 쪽의 전방위 ‘로비’에 시달린 탓인지 법조팀장들은 출근하자마자 어떤 신문이 이 회장의 이름을 많이 썼는지 자연스레 관심을 갖게 된 것이다.

에버랜드 사건 항소심은 이 회장에서 이재용씨로 이어지는 삼성의 경영권 승계 과정의 불법성을 지적한 판결이다. 따라서 기사 요건 상 이 회장의 이름은 당연히 써야 했고, 그것도 가장 많이 쓸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삼성의 로비 탓인지 많은 신문들이 이 회장의 이름을 지면에서 아꼈다. 그러다보니 기사의 짜임새가 어딘지 모르게 엉성해지고, 논지도 흐트러졌다.

특히 어떤 신문은 항소심 판결을 왜곡한 제목을 달기도 했다. 재판부가 삼성 그룹 차원의 공모 부분에 대한 판단을 유보한 것을, ‘삼성그룹 차원 공모는 인정 안 해’라고 부제를 달았다. 그러나 재판부는 “그룹 차원의 공모 부분은 피고인들의 유죄를 인정하는 것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법정에서 분명하게 밝혔다. 굳이 공모 부분을 판단하지 않아도 유죄를 인정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취지다. 그럼에도 이 신문은 삼성 쪽의 ‘아전인수’격인 해석을 마치 사실인양 제목에 반영한 것이다.

법조팀장들은 ‘이 회장에 대한 검찰 수사를 전망하는 기사가 처음 출고했을 때보다 분량이 줄었고, 결론도 애매모호하게 내려졌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애초 ‘이 회장 조사 불가피’나 ‘이 회장 곧 소환될 듯’이라는 제목으로 출고된 기사는 ‘이 회장 소환되나’나 ‘이 회장 조사 당장은 어려울 듯’ 등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다들 삼성의 로비력에 혀를 내둘렀다.

삼성이 국내 중앙 일간지와 방송사의 최대 광고주라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한겨레>도 마찬가지다. 삼성이 광고를 무기로 기사 통제에 나서면 저항하기가 만만치 않다. 돈을 우선시하는 사회 풍토는 언론사라고 예외가 아니다.

우리 언론은 옛 군사독재정권 시절 정치권력과 힘겨운 싸움을 벌였다. 그 결과 이제는 정치권력에 대해 어느정도 당당히 맞서는 모습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금권'이라는 새로운 권력 앞에서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돈이라는 달콤한 유혹을 떨쳐버리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 기사는 네티즌, 전문가, 기자가 참여한 <블로그> 기사로 한겨레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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