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5.31 18:08
수정 : 2007.06.03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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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업체 광고의 문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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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배우 김하늘씨가 ‘말썽많은’ 대부업체 광고에서 중도 하차했다. 대부업체 ‘러시앤캐시’ 홍보팀은 31일 〈한겨레〉와의 통화를 통해 “6월 말까지 광고에 출연하는 조건으로 배우 김하늘씨와 광고계약을 해지했다”고 밝혔다. 이 회사 홍보팀 박현진씨는 “회사 양쪽이 입장을 조율해 원만하게 계약을 해지했다”고 말했다. 그는 “일부 기사에 나온 것처럼 광고카피문구가 문제가 된 것은 아니라 광고 컨셉의 문제였다”라고 덧붙였다. 현재 러시앤캐시쪽은 예당엔터테인먼트와 김하늘씨쪽에 광고료로 지급했던 위약금을 돌려받은 상태지만 정확한 액수는 밝혀지지 않았다.
김하늘씨의 소속사인 예당엔터테인먼트 쪽은 김하늘씨의 대부업체 광고 중도하차에 대해 공식입장 발표를 꺼리고 있다. 김하늘씨를 담당하고 있는 최연주 팀장과 예당 홍보팀의 관계자 모두 이번 일에 대해 “노 코멘트”라는 답변을 했다. 한편 심상정 민주노동당 국회의원은 이날 ‘김하늘씨, 광고 중단 잘 하셨습니다’라는 제목의 논평을 내어 “금전적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용단을 내린 것에 격려를 보낸다”며 “다른 연예인들도 대부업체 광고 출연 중단 대열에 동참해 주기를 간곡히 호소한다”고 밝혔다.
그간 연예인들의 부문별한 대부업계 광고 출연에 대해 비판 여론은 있어왔지만 계약해지를 통해 광고를 그만 두게 된 경우는 김하늘씨가 처음이다.
대부업체들은 최민식·최수종·탁재훈·김하늘·김미려 등 유명 연예인들을 모델로 내세워 소비자들에게 친숙하게 접근한다.
연예인을 앞세운 광고는 공중파(지상파) 방송의 황금시간대까지 파고들었고, ‘60일 무이자’로 ‘신용 조회 기록 없이’ ‘누구에게나’ 대출해 준다고 ‘과장광고’를 일삼고 있다. 광고와 달리 무이자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경우는 거의 없고, 광고만 봐서는 연 이자율이 66%에 이르는 대부업체인지 알기 어렵다.
아래는 대부업체에 출연중인 연예인 명단이다.
한채영, 이영아, 김하늘, 이병진, 김미려, 조원석(러쉬앤캐쉬)
윤정희, 이영범, 안혜경 (이상 원캐싱)
최민식, 탁재훈, 왕빛나, 송선미 (이상 리드코프)
최자혜 (위드캐피탈)
이용식 (론플러스)
최수종 (원더풀)
최정원 -미칠이- (베르넷 크레디트)
안연홍 (미즈사랑 )
여운계 (론크레디트)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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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정의원 논평 전문 “김하늘 씨, 광고중단 잘 하셨습니다”
배우 김하늘 씨가 계약금 일부를 물어주고 대부업체 광고에서 중도에 손을 뗐다고 한다. 보도에 따르면 김 씨는 '금융권 광고 정도로 생각하고 촬영에 응했으나 "현금을 빌리자" 등 일부 문구가 마음에 걸렸다'는 것이다.
김 씨의 이번 결정은 사회를 위해서도, 본인을 위해서도 현명한 결정이라고 본다. 또한 적지 않은 금전적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용단을 내린 것에 격려를 보낸다.
고리채는 이미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올라 있는 형편이다. 굳이 그 자세한 실상을 다시 들먹이지 않더라도 이 문제가 드라마의 소재로 채택돼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면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이런 상황에서 고리채를 이용하라고 '권유'하는 것은 양식 있는 태도가 아니다. 물론 고소득층에 속하는 연예인으로서는 '급전'이 필요해 울며 겨자 먹기로 고리사채를 쓰는 서민의 형편을 모를 수도 있다. 또한 무슨무슨 '캐피탈' 따위의 유명하고, 번듯한 대부업체 이름에 현혹돼 그 폐해를 지나칠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문제점과 실상이 만천하에 알려진 상황에서도 계속해서 고리채를 쓰라고 권유하는 광고에 출연하는 건 공인의 도리에 어긋나는 일이다. 나아가 피해자를 양산하고, 비극을 이어지도록 부채질 하는 꼴이 된다. 대부업체 광고에 출연하는 연예인들에게 격한 비난여론이 쏟아진 것도 이 때문이다.
김하늘 씨의 용단은 이 점에서 '마땅히 해야 할 도리를 한 것'으로 다가온다. 실제로 김 씨는 본인과 해당 연예인들에 쏟아진 여론의 따가운 눈총이 마음에 걸렸다고 털어 놓았다는 보도다.
이에 따라 우리의 눈길은 자연 아직도 대부업체 광고에 출연하고 있는 다른 연예인을 향할 수밖에 없다. 길게 얘기할 것도 없이, 이들 연예인 또한 광고출연 중단 대열에 동참해 주기를 간곡히 호소한다.
물론 광고를 중단하는 것만으로 고리채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되는 건 아니다. 당연히 법과 제도의 개선으로까지 이어져야 한다. 이 때문에 나는 문제의 해결책으로 '세박자 서민금융 지원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이미 '금융기관의 서민대출 의무화', '서민은행 설립'과 관련한 법안을 발의했고, 6월 중에 '서민금융기금 설치' 법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김하늘 씨의 광고출연 중단이 계기가 돼 '고리채를 뿌리뽑자'는 범사회적 여론이 조성되고, 이것이 법과 제도 개선으로 이어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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