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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4월 출교 조처를 당한 고려대생들이 31일 오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출교처분 무효확인 소송 재판에서 변론을 마치고 법원 앞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들은 1년 동안 고려대 본관 앞에서 천막 농성을 해오고 있다. 오른쪽부터 강영만(26·컴퓨터교육과), 김지윤(23·사회학과), 주병준(23·지리교육과)씨.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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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교’ 항의 408일째 농성…무기정학 10개월째…
고려대 7명, 출교처분 무효소송 조정 실패뒤 첫 재판외대생 무기정학…1심 “징계권 남용”에 학교쪽 항소 고려대학교 본관 앞에 파란 천막이 서 있다. 고려대 출교생 7명이 408일째 항의 농성을 벌이고 있는 농성장이다. 2006년 4월 이들을 포함한 고려대 학생 150여명은 고려대와 통합된 보건대 학생들에게도 총학생회 선거 투표권을 인정해 달라고 학교 쪽에 요구했다 거부당하자 본관 점거에 나섰다. 본관 계단에 앉아 항의하던 학생들 탓에 보직교수 9명은 16시간 동안 바깥으로 나가지 못했다. 이에 고려대는 ‘출교’라는 사상 초유의 징계로 맞섰다. 군사독재 시절에도 없었던 일이었다. 출교생들은 이 징계 처분이 2005년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명예철학박사 학위 수여 반대시위를 벌인 데 대한 보복이라고 주장한다. 실제로 출교생 7명 가운데 5명은 당시 반대시위를 주도했던 학생단체 ‘다함께’ 회원이고 직접 시위에도 참여했다. ‘다함께’ 회원이 아닌 조정식(25)씨는 상벌위원회에서 “너도 ‘다함께’냐?”라는 질문을 받았다. 조씨는 “그런 건 왜 묻느냐”고 되물었을 뿐 사실대로 말하지 않았다. 출교된 뒤 시작한 천막 생활은 쉽지 않았다. 겨울이면 실내 온도가 영하로 떨어지고 여름이면 35도까지 치솟는다. 오랜 천막 생활과 연좌 농성으로 건강도 나빠졌다. 출교생 김지윤(23)씨는 무릎 연골이 파열돼 지난 21일 수술을 받았고, 주병준(23)씨는 허리 디스크 판정을 받아 한시간 이상 앉아 있기도 어려울 지경이다. 보다 못한 졸업생들이 출교 사태의 조속한 해결을 요구하고 나섰다. 올해 봄부터 항의 표시로 ‘졸업증 반납 운동’을 벌여 지금까지 모인 졸업증이 50여장에 이른다. 하지만 강선보 고려대 학생처장은 “먼저 학생들이 대오각성하는 모습을 보여야 논의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출교생들은 “출교 조처가 부당할 뿐 아니라, 이후 학교 쪽이 진지한 대화 태도를 보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외대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영어과 4학년 조명훈(27)씨는 ‘보직교수들이 파업 노동자들을 폭행하고 성희롱했다’는 내용의 벽보를 붙였다가 지난해 8월 ‘교직원에 대한 패덕 행위’라는 이유로 무기정학 처분을 받았다. 서울북부지법은 5월10일 조씨가 낸 소송에서 “무기정학 처분은 징계권 남용”이라며 조씨의 손을 들어줬지만 한국외대가 항소를 하는 바람에 조씨의 복학은 또 미뤄지게 됐다.
한국외대는 합동처장단 회의를 통해 “학교가 받는 심각한 명예훼손은 결코 간과할 수 없기 때문에 항소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조씨는 “5학점만 더 들으면 졸업”이라며 “돈으로도 이 시간을 보상받을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31일 오전 10시 서울중앙지법 562호 법정에서는 고려대 출교생들이 학교 쪽을 상대로 낸 출교처분 무효확인 소송 재판이 열렸다. 조정이 실패한 뒤 처음 열린 이날 재판은 증인 신청만으로 짧게 끝났지만, 이는 출교생들의 청춘을 희생시킬 기나긴 재판의 시작일 뿐이었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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