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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추행 당한 지체장애인 거부안해도 항거불능” |
성이나 성행위에 대한 개념이 없는 정신지체 장애인이 꾀임에 속아 별다른 거부의 의사 표시 없이 성관계를 갖거나 추행을 당한 경우에도 ‘정신상의 장애로 인한 항거불능 상태’에서 피해를 당했다고 봐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이는 성폭력범죄 처벌법 8조에 ‘신체장애 또는 정신상의 장애로 항거불능 상태에 있음을 이용해 여자를 간음하거나 사람을 추행한 사람’을 형법상의 강간 또는 강제추행으로 보고 강력하게 처벌하도록 한 규정을 ‘반항이 절대적으로 불가능한 상태’라고 엄격하게 해석해 온 대법원 판례와 달리 피해자 입장을 적극 배려한 해석이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1부(재판장 이경민)는 25일 지난해 11월 같은 동네에 사는 정신지체장애인 ㅇ(13)양을 꾀어 2차례 성관계를 갖고 10차례 성추행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지아무개(31)씨에 대해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 보호관찰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해자가 한글 자·모음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고 숫자 50까지도 개념이 없는 사실과 피고인이 ‘오징어 먹자’는 등으로 꾀어 단기간에 2차례 간음, 10차례 추행하는 동안에도 그 의미조차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대부분 순순히 응한 것으로 보아 ‘성적 자기결정능력’이 없어 자기방어가 불가능한, ‘항거불능 상태’에 있었다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이형섭 기자 sub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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