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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6.01 01:51 수정 : 2007.06.14 13:23

너무 긴 수도꼭지 때문에 일부 가정에선 사진과 같이 테이프로 묶어서 수도꼭지를 사용하고 있었다. (사진 : 이정국 기자)

수서 임대아파트 부엌 새 수도꼭지 ‘너무 길어 싱크대 밖으로 물 튀는 항의’

주민들 “쓰지도 못하는 거 달아주고 생색 내는 것 아니냐”
공사쪽 “현장가지 않아서…원하면 짧은 걸로 달아주겠다”

에스에이치공사(서울시 도시개발공사)가 무료로 시행하고 있는 아파트 설비개량 공사에 주민들이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에스에이치공사는 지난 3월 부터 지은 지 15년 된 강남구 일원동 도시개발아파트의 수도꼭지를 최신식으로 바꿔주는 공사를 벌였다. 하지만 새로 교체한 부엌용 수도꼭지가 너무 길어 싱크대 밖으로 물이 튀는 등 실용성이 떨어져 항의가 빗발치고 있다. 작년에 교체해준 찬장의 경우도 높이가 낮아 문을 열었을 경우 머리가 부딪힌다며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아무리 KS마크면 뭐해요 쓸 수가 없는데”

이 아파트 주민 이규옥(57·여)씨는 “쓰지도 못하는 수도꼭지를 달아주고 새 걸로 바꿔줬다고 생색을 내는 것이냐”며 “이솝우화에 나오는 ‘여우와 두루미’ 같다”고 언성을 높였다. 현장에서 확인해 보니 물이 나오는 수도관이 지나치게 길어 거의 싱크대 끝까지 와 있는 상태였다. 단순히 물만 틀어도 물이 싱크대 밖으로 튀었다. 설거지는 거의 불가능했다. 결국 이씨는 길게 튀어나온 수도꼭지를 뒤로 밀어 테이프로 감아 쓰고 있었다.

주민 장입비(77) 할머니는 “물이 몸으로 다 쏟아져 사용을 못하고 있다”며 “수압을 아주 약하게 해놓고 겨우 쓰고 있다”고 말했다. 아예 교체를 거부한 집도 있는가 하면 교체된 새 수도꼭지를 쓰지 못하고 사비를 들여 다른 것을 달아 놓은 가구도 있었다.

주민들이 공사에 새 수도꼭지와 찬장에 대해 불편을 호소하고 있지만 “이미 발주가 되어 어쩔 수 없다”는 대답만이 돌아오고 있다. 주민 양주환(58)씨는 “주민들이 대부분 새 설비에 불만이지만 혼자 사는 노인들이 많은 임대아파트이다보니 ‘15년 만에 새로 달아준 게 어디냐’며 조용히 넘어가자는 의견이 많아 뜻을 모으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에스에이치공사에서 설치한 찬장의 높이가 너무 낮아 주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사진 : 이정국 기자)

에스에이치공사쪽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공사 시설관리팀 강영희 팀장은 “예전에 철제 호스식 수도꼭지를 쓰던 가구에서 생활습관이 바뀌어 불편함을 호소하거나 정수기 설치를 위해 필터를 설치한 가구에서 꼭지가 길게 튀어나오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며 “아직 공사가 완료되지 않은 30% 정도 가구는 원하면 짧은 수도꼭지를 달아주겠다”고 말했다. “현장에서 직접 확인하고 수도꼭지 공사를 한 것이냐”는 질문에는 “도면상으로만 확인했다”며 “싱크대 밖으로 물이 튀는 것은 어느 아파트나 있는 현상이다”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아파트 관리사무소의 한 직원은 “표본조사를 소홀히 해 문제가 생겼다”고 말했다.

수서1단지 아파트 2214세대 수도꼭지 교체 공사에 들어가는 예산은 총 5억 3천여 만원이다. 현재 공사쪽은 서울시 수서와 가양동 일대 임대 아파트 1만155세대에 대해 수도꼭지 교체 공사를 벌이고 있으며 예산은 22억 여원이 소요된다. 글·사진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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