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6.02 02:37
수정 : 2007.06.02 02:37
요즘 신문을 펼치면 무슨 무슨 주의보라는 어휘가 많이 눈에 띈다. 그것은 약방의 감초처럼 흔하여 식중독기사에도 붙고, 오존층에 문제가 있어도 발령이 된다. 부쩍 많아진 원인으로는 물론 이르게 찾아온 더위 탓에도 있겠지만, 문제는 보다 근본적인 데에 있지 않는가 한다. 대기가 오염되다보니 토양이 오염되고 이것이 다시 물을 오염시키는 식이어서 상호 작용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늘 아침신문을 보니, 어느 교도소에서 수감자들이 상한 음식을 먹고 집단 식중독을 일으켰다는 소식이다. 며칠 전에는 서울 노원구의 어느 초등학생들이 수련회를 다녀온 후 집단 복통을 일으켰다는 가사를 접했는데, 빈번한 식중독 사고이다. 두 곳 다 원인은 부패한 음식물을 먹었거나 불결한 식수를 마셔서 살모넬라균에 감염된 것 같다는 것이다. 이런 류의 기사들을 대하면 우선 불안한 마음으로 무엇하나 마음놓고 먹을 수 있겠다는 걱정이 앞선다. 내가 살고 있는 조그만 도시에서는 금년 들어서만 벌써 오존주의보가 아홉 차례나 발령되었다. 가까운 곳에 화학공단이 자리잡고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바다가 인접해 있어서 그리 큰 걱정을 하지 않고 살았는데, 이런 구체적인 수치를 대하니 당황되는 한편으로 걱정 또한 지울 수가 없다. 그런 저런 보도를 접한 탓인지, 오늘 오후에 산책을 하는데 한 전경이 크게 눈에 밟혀왔다. 산책을 하자면 불가피하게 논두렁길을 걷게 되는데, 그곳에 보니 많은 논 중에 어느 논이 유독 표나게 논바닥과 논두렁이 누렇게 변해 있었다. 다른 곳은 풀들이 푸르게 우거졌는데, 그 곳만이 그런 모양이이서 이상했다. 그렇지만 다른 때는 별 관심 없이 그냥 지나쳐 다녔다.
그런데 오늘은 그걸 보자 문득, 그 원인이 제초제를 뿌린 때문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스쳤던 것이다. 그게 사실이라면 틀림없이 그라목손을 뿌렸을 것이다. 그라목손이 어떤 제초제던가. 베트남전쟁시 고엽제란 이름으로 미군에 의해서 밀림에 뿌려졌고, 그로 인해 많은 사람이 죽거나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는 악명 높은 유해물질이 아닌가.
그것은 인체에 닿기만 해도 부작용이 발생하고, 만에 하나 음용이라도 하면 십중팔구 죽음을 맞이하는 맹독성이다. 흡착력이 워낙 강하기 때문에 마신 즉시 위 세척을 해도 병무효과인 제초제이다. 그런데 그것을 웃자란 풀을 베기가 귀찮다고 뿌리거나, 아니면 아예 자라지 못하게 할 목적으로 함부로 뿌리고 있는 것이다. 아마도 논 주인도 그런 생각으로 논바닥과 논두렁에 에 뿌려놓았을 것이다.
그것을 보자 나는 뇌리에 또 엊그제 보았던 한 전경이 스쳐갔다. 요즘 보면 산과 들에 나물을 체취 하는 아낙들이 많이 보이는데, 엊그제 바로 그곳에서 쑥을 캐는 사람이 있었던 것이다. 그때는 제초제를 뿌렸지만 아직 풀들이 말라죽지 않은 상태였는데, 아마도 그걸 모르고서 깨갔던 것 같다. 그녀는 그곳에서 캔 것을 가져가서 직접 집에서 국을 끓여 먹었거나 아니면 시장에 내다 팔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걸 먹은 사람은 어찌될 것인가. 맹독성 성분은 이미 나물에 흡수되었을 텐데...
이런 저런 것을 생각하면 시장에 나가 선뜻 물건을 사기가 겁이 난다. 특히 나물이나 다른 먹을거리를 살 때에는 많이 주저하게 된다. 아무리 청정한 곳에서 길러낸 것이라 해도 믿음이 가지도 않을뿐더러, 의심을 하게 된다. 더구나 그것이 외국에서 수입한 농산물일 때에는 신뢰감이 떨어진다. 신선도 유지를 위해 방부제를 뿌린다는 건 상식이 되어 있기 때문이다.
나도 작년에 깜박 했으면 그라목손을 그대로 마실 뻔했다. 여름철에 고향집을 들리니 고즈넉한 빈집 담 장 밑에 전에는 한 두개 보이던 머위대가 무성하게 자라있었다. 그래서 한 움큼을 베어왔다. 형수한테서 다음날 전화가 걸려왔다. 그걸 먹었느냐는 것이었다. 안 먹었다고 했더니 먹지 말라는 것이었다. 조카가 마당에 어찌나 잡초가 무성하여 제초제를 뿌리면서 그 머위에도 뿌렸다는 것이다. 그런데 다른 건 다 말라죽었는데, 그것만큼은 내성이 강한지 죽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그 말을 들으니 등줄기에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만약에 모르고 해먹었다면 어찌될 뻔했는가. 그때는 용케도 미리 알려준 사람이 있어서 화를 면했지만, 지금은 도체에 널린 것이 오염물질이고 유해식품이니 어찌하면 좋을까. 걱정이 앞선다. 공기는 공기대로 오염되고 식품은 식품대로 오염되고 물은 물대로 오염을 피하기 어려우니 도대체 건강 담보는 어떻게 한단 말인가. 최근 들어 '무슨무슨 오염주의보'라는 말을 자주 들으니 이조차도 무신경해지거나 마냥 타성에 젖고 마는 건 아닌지 걱정이 앞선다.
(*이 기사는 네티즌, 전문가, 기자가 참여한 <블로그> 기사로 한겨레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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