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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6.02 10:04 수정 : 2007.06.02 10:14

월드비전, 에이즈 환자 ‘로모이’ 삶 체험관 마련
“에이즈 걸렸다고 피해 다녀”… 편견이 더 큰 고통
일상생활 감염우려 없어…“인식 전환 계기되길”

“에이즈 … 입니다.”

오른 팔에 붉은 도장이 찍힌다. 전혀 다른 세상으로 옮겨지는 순간이다. 축구선수가 꿈이고, 동네 아이들과 뛰어노는 것이 마냥 좋았던, 동남아프리카 말라위에 사는 열세 살 난 소년 로모이의 삶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운다.

국제구호개발기구 월드비전이 1일부터 3일까지 서울 삼성동 코엑스몰에서 여는 ‘제3회 대한민국 청소년 박람회’에서 선보인 에이즈(AIDS) 체험관. 미로처럼 설치된 30여평 규모의 천막 안에는 로모이의 일상이 있다. 엠피3을 통해 들려오는 말에 따라 천막 안에 재현된 로모이의 집, 마을, 병원 등을 체험할 수 있다. 이곳에 들어간 사람들은 약 30분 동안 ‘로모이’가 된다.

에이즈 체험관을 찾은 한 학생이 1일 오후 ‘에이즈에 감염됐다’는 것을 뜻하는 도장을 팔뚝에 받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로모이는 네 살 때 에이즈로 아버지를 잃었다. 어머니와 로모이도 에이즈에 걸렸다. 에이즈는 면역결핍 바이러스가 몸에 들어와 면역 기능이 떨어지면서 각종 감염 질환이나 암 등이 생겨 숨지는 질병이다. 완치는 불가능하지만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어느정도 건강한 생활을 할 수 있다. 가난한 로모이에게는 물론 ‘헛된 꿈’이다. 죽음에 대한 공포로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내는 로모이가 더욱 참기 힘든 것은 마을 사람들의 눈길이다.

“가까이 오지 말고 집에나 가버려!” “우리도 에이즈에 걸리겠다, 무서워서 정말 ~!” 엠피3을 통해 들려오는 마을 사람들의 질타가 가슴을 후벼 판다. “아무것도 잘못한 게 없는데 ….” 학교도 갈 수 없고, 마을에서 아이들과 놀 수도 없는 로모이는 어두침침한 집에서 기도를 하며 서서히 숨져가고 있다.

에이즈 환자에 대한 편견과 차별은 우리나라도 다르지 않다. 질병관리본부 자료를 보면, 올 3월 현재 에이즈 감염자 4755명 가운데 864명이 숨지고 3891명이 살아 있다. 오륜관 한국에이즈퇴치연맹 홍보팀장은 “에이즈라고 밝히는 순간 사회적으로 매장당하는 현실에서 한국의 에이즈 환자 대다수는 숨기고 살아가거나, 모든 것을 포기하고 스스로 숨어 지내는 경우가 많다”며 “에이즈 환자와 밥을 같이 먹거나 함께 목욕하는 등 일상적인 생활 과정에서는 전혀 감염 우려가 없다”고 말했다.

에이즈 체험관이 문을 연 1일 오후 서울 삼성동 코엑스몰에 차려진 ‘제3회 대한민국 청소년 박람회장’에서 학생들이 어린이 노동으로 만들어진 각종 기념품을 살펴보고 있다. 월드비전은 청소년들이 에이즈에 대한 편견을 바꾸는 계기가 되도록 아프리카 어린이 ‘로모이’의 삶을 간접 체험해 보는 30평 규모의 체험관을 꾸몄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박종삼 월드비전 회장은 “일반인이 에이즈에 대해 갖고 있는 편견과 낙인은 에이즈 환자들로 하여금 세상에서 가장 외로운 전쟁을 하게끔 만든다”며 “이 체험관을 통해 청소년들이 에이즈 감염자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더불어 나눔을 실천할 수 있는 계기로 삼기 바란다”고 말했다.


김소연 기자 dand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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