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6.03 19:32
수정 : 2007.06.03 22:22
10만여명에 수진자 부담 물려…수수료 25억 챙겨
회선제공 통신업체 피해 알고도 6개월이상 방치
국외에서 걸려오는 수신자부담 국제전화 사기가 기승을 부려 피해자들의 민원이 속출했는데도, 엘지데이콤은 몇달 동안 수수방관하며 수익을 챙겨온 것으로 드러났다.
박아무개(47)씨 등은 2005년 9월부터 ‘어학연수를 하면서 아르바이트할 여성을 모집한다’는 광고를 냈다. 그들은 광고를 보고 찾아온 국내 여성과 중국동포 여성을 고용한 뒤 중국, 필리핀, 타이 등지로 데려가 국내 남성들에게 수신자부담 국제전화를 걸게 했다. 여성들은 국내 인터넷 채팅사이트에 접속한 남성 회원들에게 자신의 사진이라며 젊은 여성 사진을 보여준 뒤 “한국에 곧 귀국할 예정인데 입국하면 사귀자”고 ‘유혹’했다.
10만여명의 남성이 이런 전화를 받고 ‘은밀한 대화’를 즐긴 대가로 모두 56억여원에 이르는 전화 요금을 물었다. 박씨 등은 통신업체로부터 통화료의 45∼65%를 받아 모두 25억원의 이득을 챙겼다.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는 3일 이런 수법을 쓴 국제전화 사기단 4개 조직을 적발해 박씨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사기) 등 혐의로 구속하고 김아무개(33)씨 등 19명을 불구속 입건하는 한편 6명을 지명수배하고 4명에 대해 인터폴에 공조수사를 요청했다.
경찰은 또 이들과 국제전화 회선 제공 계약을 맺고 수익을 올린 엘지데이콤 영업부장 김아무개(48)씨와, 이 회사로부터 회선을 임대받아 영업하는 별정통신업체 ㅋ사의 서비스사업팀장 정아무개(35)씨도 사기 방조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엘지데이콤 관계자는 “전화 사기를 지난 2월 알게 돼 경고조처를 한 뒤 4월에 계약을 해지했다”며 “김씨는 지난달 31일 퇴직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사기 피해가 이미 지난 1월 보도(<한겨레> 1월6일치 12면)된 점을 고려하면, 업체 쪽이 수익을 위해 범죄행위에 눈감고 있었던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영필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 팀장은 “수신자부담 국제전화 사기는 전화를 받기만 해도 피해가 발생하기 때문에 인터넷 채팅 상대자나 모르는 사람으로부터 걸려오는 전화는 받지 않는 게 좋다”며 “엘지데이콤이 피해자 민원이 제기된 지난해 12월 이후 여섯달 이상 사태를 방치한 것은 기업윤리를 저버린 행위”라고 말했다.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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