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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3.26 11:18 수정 : 2005.03.26 11:18

서울시내 초.중.고의 토요휴무가 시작된 26일 시내 한 초등학교에서 부모가 맞벌이 등의 사유로 가정에서 돌볼 수 없는 학생들이 등교, 체스 등 다양한 특별활동을 배우고 있다. 연합


토요프로그램 호응속 준비소홀 지적도..고3은 ‘예외’

1만701개 전국 초ㆍ중ㆍ고교가 26일 일제히 첫 토요 휴업에 들어갔다.

토요일을 처음 쉬게 된 학생들은 일단 `학교에 가지 않는다'는 생각에 기분이들떠 휴일을 만끽했지만 맞벌이 가정 등 가족과 쉬는 토요일을 함께 지내지 못하는학생은 등교해 학교가 마련한 프로그램에 따라 토요일을 보냈다.

각급학교도 독서, 음악교실, 종이접기, 컴퓨터, 레크리에이션, 독도교육, 문화재 탐방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해 학교에 나오는 학생을 배려했다.

그러나 일부 학교는 아직 마땅한 프로그램을 마련하지 못하고 `시간 때우기' 식자율학습을 편성해 미흡함을 드러냈다.

프로그램을 준비한 학교에서도 학생들의 출석률이 예상외로 저조해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으로 지적됐다.

또한 일부 학교에서는 토요 휴업 프로그램을 임시로 담당할 외부 강사를 초빙한탓에 학생들의 호응도가 낮았을 뿐 아니라 지휘 통솔이 원활하지 못했다.

◆학교별로 다양한 토요프로그램= 각급 학교와 지자체는 첫 토요휴업에 따라 체험행사, 특기교육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부산시 동부교육청은 매달 넷째주 토요일에 지하철을 타고 부산시내를 돌아보고주요 관광지와 유적지 등을 방문, 현장학습을 하는 `지하철로 떠나는 부산 사랑 한바퀴'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전북 군산시 문화초등학교도 학교시설을 개방하고 종이접기, 컴퓨터, 스포츠댄스, 영화감상 등 특기적성교육을 실시했으며 농ㆍ어촌학교인 부안군 하서중학교는도예교실, 풀꽃사랑, 갯벌탐사 프로그램 등 체험활동을 벌였다.

울릉도 저동초등학교는 지역 교과수업을 위한 현장학습의 하나로 전교생 197명가운데 3∼6학년 희망자 135명과 교직원 16명이 삼봉호를 타고 독도를 방문키로 했으나 기상악화로 취소됐다.

서울미동초등학교도 자유스런 분위기에서 독서, 영화상영, 그림그리기, 종이접기 등을 학년수준에 맞게 실시했다.

▲ 서울시내 초.중.고의 토요휴무가 시작된 26일 서울 목동초등학교에서 부모가 맞벌이 등의 사유로 가정에서 돌볼 수 없는 학생들이 등교, 단소 등 다양한 특별활동 프로그램을 배우고 있다. 연합


◆학생들 대체로 만족= 토요휴업에도 갈 곳이 없어 학교에 나오는 학생들은 학교가 마련한 프로그램에 대해 "집에 혼자 있느니 친구, 선생님과 이야기하고 놀 수있어 좋다"며 대체로 만족했다.

서울금양초등학교 6학년에 다니는 조정민(13)군은 "부모님이 맞벌이를 하셔서토요일에 집에 아무도 없어 학교에 나왔다"며 평소 책을 읽고 싶었는데 선생님과 독서도 하고 독후감을 쓰면서 친구도 보니까 집에 혼자있는 것보다 좋다"고 말했다.

미동초등학교 4학년 정연승(10)군은 "부모님이 밤 10시까지 일하셔서 1학년 동생하고 둘만 집에 남게돼 학교에 나왔는데 친구들도 있어서 즐겁다"고 말하면서도 "다른 친구들은 엄마와 놀러간다는데 부럽기도 하지만 부모님이 일을 하셔야 되니 어쩔 수 없지 않느냐"고 못내 아쉬워했다.

◆박물관, 놀이공원 `북적'= 첫 토요휴업을 맞은 26일 서울 시내 박물관과 놀이공원은 부모의 손을 잡은 가족단위 손님들이 몰리면서 때아닌 `대목'을 맞았다.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에는 이날 오전까지 지난주 토요일 같은 시각의 배가 넘은1만2천명이 입장했다.

용인 에버랜드에도 이날 오전까지 지난주 토요일보다 7천여명이 많은 3만2천여명이 들었고 오늘 하루만 5만2천∼5만3천명 정도가 이 곳을 찾아 예상치 4만5천명을훌쩍 뛰어넘을 전망이다.

롯데월드 관계자는 "학교의 토요휴업 때문에 가족단위 입장객이 확실히 늘었다"며 "토요휴업 영향을 크게 받는 것 같다"고 말했다.

국립민속박물관도 이날 정오까지 2천500여명이 찾아 지난주 입장객 1천명의 2.5배로 증가한 것을 비롯해 삼성교통박물관과 어린이 민속박물관도 지난주보다 배 이상 늘었다.

어린이 민속박물관 관계자는 "평소 토요일보다 2∼3배 관람객이 증가할 전망"이라며 "토요휴업에 따른 교육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온 단체 손님이 많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6학년 자녀를 둔 김은미(42)씨는 "오전에 아이에게 서울 사대문안 역사유적에 대한 책을 읽히고 오후엔 경복궁에 갈 예정"이라며 "아무래도 첫 토요휴업이라 나름대로 보람있게 보내려고 준비했다"고 전했다.

초등학교 다니는 두자녀를 둔 양선경(41)씨는 "작은 아이는 주5일근무를 하는아버지와 수락산에 올라갔고 큰아이는 음악학원의 음악축제 준비를 하고 있다"며 "아이와 함께 보낼 시간이 부족했는데 이번 토요휴업이 너무 좋다"며 반겼다.

▲ 서울시내 초.중.고의 토요휴무가 시작된 26일 시내 한 초등학교에서 부모가 맞벌이 등의 사유로 가정에서 돌볼 수 없는 학생들이 등교, 독서 등 다양한 특별활동 프로그램을 배우고 있다. 연합


◆출석률 낮고 비효율적 지적도= 토요휴업을 맞아 각 학교는 여러 프로그램을준비했지만 출석률이 낮은데다 학년 분포도 천차만별이어서 효율적으로 운영되지 못하는 등 일부 문제점을 노출했다.

서울 서대문구 북성초등학교는 전교생 1천100여명가운데 맞벌이 부부나 결손가정의 저학년 학생 4명만이 토요일에 나온다고 신청했으며 등교한 학생에겐 오전동안독서와 그림그리기 정도를 지도했다.

그러나 일부 학교는 등교하겠다는 학생들이 너무 적어 특별한 프로그램을 따로마련하지 않은 채 컴퓨터실을 개방해 지도교사를 배치, 학생들을 맞기도 했다.

이날 오전 9시부터 정오까지 영화, 독서, 음악감상 시간을 마련한 성북구 숭례초등학교의 경우 교사는 13명 출근했지만 학생은 채 10명도 나오지 않았고 학년도다양해 수준차이때문에 프로그램이 제대로 운영되지 않았다.

이 학교 정해운(50) 교감은 "교육청은 각 학교별로 다양한 토요 프로그램을 마련하길 바라고 있지만 아이들이 첫 토요휴업이어선지 많이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고교는 토요휴업 `유명무실'= 대입이 `코앞'에 닥친 고등학교는 그러나 토요휴업과는 상관없이 학생 상당수가 등교해 차분히 자율학습을 하는 모습이었다.

영등포구의 관악고등학교는 1, 2학년생의 20% 정도가 등교했고 3학년은 60% 정도 나와 오전에 자율학습을 하고 돌아갔다.

서초구 세화고와 세화여고는 1, 2학년생은 한명도 학교에 나오지 않았지만 3학년생은 3분의 1이 이른 아침부터 학교에 나와 낮 12시까지 자율학습을 하고 귀가했다.

한 고교의 3학년 부장교사는 "1,2학년이라면 몰라도 3학년 학생은 당장 입시공부때문에 나오지 말라고 해도 학생들이 등교를 하는 상황"이라며 "학교에 나오지 않는 학생의 생활지도에 신경을 써야 해 부담을 느낀다"고 털어놨다.

◆빈부.지역 격차 위화감 조성우려= 그러나 어느정도 경제적 여유가 있고 부모가 주5일제 근무를 한다면 토요휴업은 가족과 함께 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겠지만그렇지 못하는 저소득층 또는 맞벌이 가정은 소외감과 빈부의 격차에 따른 위화감을느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대기업에 다니는 부모를 둔 아이는 토요일에 가족과 함께 지낼 수 있지만 중소기업에서 일하거나 식당 종업원 등 일용직 노동을 하는 집의 아이들에겐 토요휴업이오히려 피하고 싶은 시간이고 학교는 `토요 탁아소'로 전락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서울은 특히 부유층이 몰려 사는 강남 지역 학교는 거의 학생들이 나오지 않았지만 이른바 `비(非) 강남' 지역은 수십명의 학생이 등교를 해 지역별 편차를 보이기도 했다.

문화ㆍ교육시설이 충분하지 않은 지방은 삶의 질 향상과 가족간 유대강화, 다양한 교육적 체험이라는 토요휴업의 취지를 살리는데 더 환경이 열악해 서울지역과 어떻게 균형을 맞출 지 문제도 해결해야 할 숙제로 떠올랐다.

상도초등학교의 오진화(43)교사는 "주5일제를 하는 대기업은 문제가 없는데 저소득층, 영세 회사에 다니는 부모를 둔 아이에겐 토요휴업은 시기상조"라며 "조건이되는 아이는 좋겠지만 그렇지 못하고 학교에 온 아이를 보면 안쓰럽다"고 말했다.

사회적인 여건이 마련된 다음에 자연스럽게 학교의 토요휴업을 실시해야 해야하는 데 자녀를 토요휴업의 본 취지와는 다르게 쉬는 토요일에도 학원 보충수업에 보내 취지를 흐릴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다른 초등학교의 이은경(45) 교사도 "잘 사는 동네 아이들은 토요일에 쉬면 갈데가 많지만 저소득층 아이들은 부모가 여력이 없고 사회적인 교육프로그램도 부족해 `부익부 빈익빈'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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