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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6.04 18:23 수정 : 2007.06.04 18:23

기자·방송인 이어 환갑에 사진작가 ‘변신’ 이상벽씨

기자·방송인 이어 환갑에 사진작가 ‘변신’ 이상벽씨

마이크 버리고 18개월 찍고 또 찍어
“가위 눌릴 정도로 독한 사부님 덕분”
스승 최병관씨 “10년간 작업한 수준”

방송인 이상벽씨가 예순에 사진가로 데뷔했다. 신문기자, 방송인에 이어 세번째 직함이다.

1년반 방송을 전폐하고 사진에 전념한 결과를 들고 서울갤러리(02-2000-9736)에서 ‘내 안의 나무이야기’ 전시회를 연다. 69점.

18개월만에 사진가라고? 실물을 보면 “어? 폼만 잡은 게 아니네” 하는 생각이 퍼뜩 든다.

“대학시절 디자인을 전공했어요. 그림에 대한 향수와 미련이 늘 남아 있었지요. 유화 밑그림 작업을 위해 사진기를 들었다가 사진에 푹 빠져버렸어요.”

그가 좇은 것은 나무들. 그냥 나무가 아니다.

구불구불 논두렁을 경계로 색깔을 달리하는 논배미 한가운데 여름처럼 홀로 선 나무, 발그레 높은 지붕을 인 건물의 외벽에 주룩주룩 빗물처럼 그림자를 내린 나무, 머리를 풀어 와르르 여름의 기억을 쏟아내는 가을나무… 처럼 긴 형용사를 거느린 것들이다.

그뿐 아니다. 포플러 나무 끝동의 노랑잎과 억새풀 흰꽃 끝에 머문 가을 햇살, 벗은 가지 끝에 새털처럼 남은 가을 저녁 볕, 뙤약볕이 머물다간 뒤 무성한 나뭇잎에 머문 인공의 밤빛 등 나무를 매개로 한 빛에 대한 탐닉을 드러낸다.


“나무에 대한 기억이 무척 친근해요. 아버지가 농협 출신이고 저 역시 땔감나무, 과일나무를 보며 자랐거든요. 무엇보다 ‘싸부님’이 주제를 정하라고 권했어요.”

사진작가 ‘변신’ 이상벽씨 ‘내 안의 나무이야기’ 전시회

최병관씨가 그의 독선생. ‘덧없이 사라지는 빛과 그림자의 조형성’을 시각화하는 작업으로 유명한 사진가다. 이씨는 자다가도 가위에 눌릴 정도로 독한 스승이었다고 말했다. 노 트리밍, 노 필터, 노 후드. 발에 물집이 잡히고 사타구니에 가래톳이 설 만큼 팔도강산을 함께 누볐다. 오히려 두 살이 어리지만 깍듯이 선생 대접을 했다. 다시 작업하라면 군말없이 따랐다. 최씨는 초등생한테 대학원 수업을 하는 것 같아 가르치기를 그만둘까 무척 고민했지만 이씨의 미적감성과 배우려는 열정에 넘어갔다고 말했다.

이씨는 방송 전폐는 물론 선생의 작업실이 있는 소래로 거처를 옮겼으며, 밤이고 새벽이고 사진에 매달렸다. “하루종일은 다반사, 일년동안 계속 찍은 나무도 있어요.” 그러다 보니 나무가 말을 걸어오더라고 했다. “스승이 남들한테는 10년 작업했다고 소개해도 되겠다고 하더군요.” 이번 전시에는 맛뵈기 추상작업까지 아울렀다.

사진이 너무 예쁜 건 아니냐는 질문에 2만컷 이상 찍었지만 이번 테마에 맞지 않는 나무들은 뺐다고 말했다.

“저의 새 이미지에 만족해요. 걸어다닐 수 있는 한 사진을 계속할 생각입니다.”

글 임종업 선임기자 blitz@hani.co.kr

사진 탁기형 선임기자 kht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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