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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6.05 10:36 수정 : 2007.06.05 17:39

피해 상담자 “모멸감 등 인격권 침해”
국가인권위, 경찰관 경고조처 권고

“나 같으면 (성폭행 당한 부인을) 안 데리고 살아.”

“남성이란 동물은 단순무식해서 내 마누라가 조금이라도 이상한 생각을 하잖아, 그러면, 이 ×××이, 그 ××하고 이렇게 했지, 이게 나가면서 주먹이 날아 가는 거야.”

“(성폭행 사실이 남편에게 알려지면) 엄마(장모) 입장에서는 사위한테 기를 못 펴는 거야.”

성폭력 피해 상담을 하기 위해 어렵게 수화기를 들어 경찰서로 전화를 건 김아무개(30·여)씨는 통화 도중 모멸감에 치를 떨어야 했다. 전화를 받은 경기 ㅇ경찰서 경찰관 김아무개(40)씨의 말은 육체적 상처를 더 힘들게 하는 정신적 모욕이었다. 성폭력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 여성에게 비난이 쏟아지는 어이 없는 상황. 텔레비전 드라마나 영화에서 봤던 내용 그대로였다.

피해자 김씨는 지난 1월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안경환)에 ”성폭력 피해를 상담하는 과정에서 인격권을 침해당했다”며 진정을 냈고, 인권위는 이같은 진정을 받아들여 ㅇ경찰서장에게 해당 경찰관에 대해 경고조처하도록 5일 권고했다.

김씨를 상담한 경찰관은 “여성이 성폭력을 당하는 경우 남편으로부터 당할 수 있는 피해, 즉 안 했다고 해도 남편은 믿지 않을 것이다, 가정이 파탄날 수도 있는 상황이다, 가정 폭력이 발생할 수도 있다, 성폭력 가해자도 기혼자이니 가해자의 아내와 피해자의 남편을 생각해서 빨리 조용히 마무리 짓는 것이 좋겠다는 의미로 설명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고 인권위는 밝혔다.

하지만 인권위 침해구제1팀 장영아 조사관은 “성폭력 사건에서 여성 피해자는 보호보다는 사회적인 비난에 처하는 경우가 많다”며 “특히 수사 및 재판과정에서 공무집행자의 남성 중심적이고 부적절한 성 인식으로 인해 구제를 받기보다는 수치심과 모멸감 등 2차 피해를 입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장 조사관은 “경찰관 김씨가 피해자를 상담하면서 악의나 고의적인 비난은 없었다 할지라도, 성폭력 피해자를 비난하고 모멸감을 주는 부적절한 표현을 썼으므로 인격권을 침해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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