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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충원 뒤바뀐 참전용사 묘비 |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의 베트남전 참전 군인의 묘비가 뒤바뀌는 일이 벌어졌다.
현충일인 6일 오전 9시께 국립현충원에 참배를 왔던 고 오세진씨의 유족들은 오씨 묘비가 있던 자리에 다른 묘비가 들어서 있는 것을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 1966년 육군 병장이던 오씨는 베트남에서 전사해 참전용사로 현충원에 안장됐고, 유족들은 40여년 동안 해마다 그가 안장된 국립현충원 51번 묘역 231번 묘지를 찾았다.
그런데 이날 오씨의 묘지에 들어선 묘비는 역시 베트남 참전 군인 고 정경식씨의 묘비였다. 같은 51번 묘역 131번 묘지에 안장됐던 정씨의 묘비가 오씨의 것과 뒤바뀐 것이다. 정씨의 유족들도 뒤바뀐 묘비 앞에서 당황스러워하고 있었다.
두 가족들은 원상 복구를 요청하려고 현충원 관리사무소를 찾았지만 담당자는 오전 10시부터 시작되는 노무현 대통령의 현충원 참배 행사의 진행을 위해 자리를 비운 상태였다. 대통령 경호 문제 때문에 휴대전화 전파도 차단돼 연락을 취할 길이 없었다.
행사가 끝난 오전 11시께야 담당자와 연결이 됐다. 현충원 담당자는 “지난해 현충일이 지난 뒤 7월까지 훼손된 묘비를 바꾸는 작업을 했는데, 교체된 묘비를 다시 놓는 과정에서 실수가 일어난 것 같다”고 말하며, 두 가족에게 사과했다. 이날 오후 1시가 돼서야 뒤바뀐 묘비는 제자리를 찾았고, 가족들은 오전에 열린 행사에서 쏘는 예포에 맞춰 제사를 치르지 못하고 오후에야 제사를 지낸 뒤 발길을 돌릴 수 있었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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