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거래 4명 구속…총기류 39정ㆍ실탄 2천여발 압수
주요 인사를 노린 저격용으로 쓰이는 미국산 자동소총이 국내에서도 유통된 것으로 밝혀졌다. 서울경찰청 외사과는 11일 미국산 레밍턴 자동소총 등을 불법 거래하거나 소지한 혐의(총포ㆍ도검ㆍ화약류 등 단속법 위반)로 김모(49)씨 등 4명을 구속하고 국모(35)ㆍ이모(54) 씨 등 36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은 이들로부터 `레밍턴 스피드 마스터 552' 저격용 22구경 자동소총 1정과 불법 제조된 22구경 소총 1정, 무허가 엽총과 공기총 37정, 실탄 2천여발 등을 압수했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2004년 5월 전남 담양 국씨의 사무실에서 250만원을 받고 망원렌즈가 부착된 레밍턴 22구경 자동소총을 국씨에게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씨는 2005년 10월 250만원을 주고 구입한 마취총을 작년 7월 실탄을 넣고 쏠 수 있는 엽총으로 불법 개조해 사용하려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레밍턴 22구경은 16연발 자동소총으로 반동이 적어 200m 떨어진 곳에서도 눈, 코, 입 등 신체의 특정 부위까지 정확히 맞힐 수 있을 정도로 명중률이 높고 소음기를 장착하지 않아도 소리가 매우 작아 미국 등지에서 저격용으로 많이 쓰이고 있다. 우리나라는 레밍턴 소총의 수입을 금지하고 있다. 경찰은 김씨를 상대로 이 총의 출처를 확인 중이지만 김씨는 "이미 죽은 사람에게서 샀다"고 하는 등 정확한 진술을 거부하고 있다고 말했다.이밖에 무허가 엽총이나 공기총을 사들여 적발된 사람들은 경찰의 추적을 피하려고 총기번호를 사포로 밀거나 칼로 깎아내 삭제했으며 관할 경찰서로부터 총기소지 허가를 받은 뒤 허위로 분실 신고하고 밀렵용 총기로 개조하는 수법을 쓴 것으로 드러났다. 현행법에 따르면 총기는 관할 경찰서장에게서 소지 허가를 받은 뒤 경찰서에 보관하다 수렵기간 등 사용허가 기간에 허가를 받아 사용이 가능하다. 경찰 관계자는 "22구경 레밍턴 자동소총은 외국 첩보기관 등에서 암살용으로 사용하는 것으로 매우 위험한 총기로 분류된다"며 "2004년 12월 레밍턴 22구경 단발 소총을 소지한 피의자가 입건된 적은 있으나 레밍턴 16연발 자동소총 소지자를 검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밝혔다. 얼터너티브 록 밴드 너바나(Nirvana)의 프론트맨인 커트 코베인은 1994년 자택에서 레밍턴 20구경 엽총으로 자신의 관자놀이를 쏴 숨졌다. 임은진 기자 engine@yna.co.kr (서울=연합뉴스)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