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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6.12 18:13 수정 : 2007.06.13 00:54

‘슬픈 삐에로’ 분장을 한 안태성씨가 5일 서울 종로구 감사원 앞에서 청강문화산업대학에 대한 감사를 촉구하는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복직투쟁 나선 전 청강문화산업대 조교수 안태성씨

여느 대학교수와 비슷하게 안태성(47)씨도 ‘밥벌이’의 주된 책임을 오랫동안 아내에게 맡겼다. 1999년 경기 이천시 청강문화산업대학의 전임강사(만화창작과)가 되면서, 그는 무엇보다 생계 부담을 아내와 함께 나눠 질 수 있게 돼 기뻤다. 8년이 흐른 올해 초 안씨는 학교에서 계약만료를 이유로 쫓겨났고, 아내가 그의 귀와 입이 돼 대학 쪽 조처에 맞서고 있다. 안씨는 한쪽 귀가 전혀 들리지 않고, 다른 한쪽은 보청기를 써야 하는 4급 청각장애인이다.

97년 대한민국 미술대전 구상부문 우수상 등을 받은 안씨는 임용 2년 만인 2001년 초대 학과장을 맡으며 조교수가 됐다. 학생들도 실력 좋은 그를 무척 따랐다. 하지만 2004년엔 재임용 신청과 계약을 해마다 다시 해야 하는 ‘계약제 교원’으로, 2005년엔 시간강사와 다를 바 없는 ‘강의전담 교원’으로 처지가 나빠졌다. 안씨의 아내 이재순(40)씨는 “학교에서 2001년 여름방학 때 남편이 보청기를 써야 하는 청각장애인임을 안 뒤부터 태도가 바뀌었다”고 말했다. 안씨는 결국 올해 초 임용 당시의 전임교원으로 복귀시켜 줄 것을 요구하며 학교 쪽이 제시한 2년짜리 계약을 거부하다 쫓겨났다.

학교는 안씨가 재계약을 거부해 계약이 끝났고, 2004년 계약제로 바뀐 것도 업적 평가에서 낮은 점수를 받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씨는 “남편은 연구활동에선 뛰어난 점수를 받았으나, ‘교수 간 인화’ 등 주관적 평가에서 매우 낮은 점수를 받았다”고 말했다. 학교는 또 모든 교직원이 가는 국외연수에서 안씨만 빼는 등 안씨를 배제했다고 이씨는 주장했다.

“왕따 대장(의) 마눌(아내)입니다. 나는 대장과 멀고 먼 여행을 함께 할 것입니다. 아들을 위해….” 이씨가 개인 블로그 문패에 써 놓은 글이다. 12일엔 이들의 여행에 반가운 동반자들이 함께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전국교수노동조합 등은 이날 청강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학교는 장애를 이유로 안씨를 차별한 것을 사과하고, 안 교수를 복직시킬 것”을 촉구했다.

이에 대해 학교 쪽은 “안씨가 해임된 것은 장애인이기 때문이 아니라 본인이 계약을 거부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최현준 기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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