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6.12 19:16
수정 : 2007.06.12 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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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영등포의 일반 주거지역에 있는 ㅎ아파트는 12층(최고 높이 42.2m)짜리 건물 8개 동(588가구)으로 이뤄져 있다. 이 아파트와 왕복 5차로 길을 사이에 둔 일반 상업지역에는 12층(최고 높이 42.2m)짜리 ㅁ아파트 2개 동이 있었다. ㅁ아파트와 가장 가까운 ㅎ아파트 A동 사이에 48.7m 정도의 거리가 있어 일조권 침해는 별로 없었다.
그러나 2005년 2월 ㅁ아파트 주민들이 재건축조합을 결성해 기존 아파트를 허물고 최고 높이가 119.4m에 이르는 지상 35층짜리 주상복합건물을 짓자 상황이 달라졌다. ㅁ아파트보다 3배 가까이 높은 건물이 들어서면서 ㅎ아파트를 비추는 햇빛을 가리기 시작한 것이다.
ㅎ아파트 주민들은 “건물 신축 뒤 견딜 수 없을 만큼 일조권을 침해당하고 집값이 하락했다”며 “시가 하락분과 위자료를 배상하라”고 소송을 냈다. 이에 ㅁ아파트 재건축조합과 시공사 쪽은 “일조권 침해 부분은 견딜 만한 범위 안에 속하고, 법률상 일반 상업지역에 들어선 건물은 일조권과 조망권 등이 크게 반영되지 않는다”고 맞섰다.
1심은 ㅁ아파트 쪽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서울고법 민사1부(재판장 유승정)는 12일 “견딜 수 있는 한도를 넘어 일조권을 침해당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피해 정도에 따라 60만~3천여만씩 모두 12억9700만원 상당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시공사 등은 신축 건물이 상업지역 안에 있으므로 손해액을 줄여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고층 공사를 중단하라는 ㅎ아파트 주민들의 요구가 있었는데도 건축물을 완성한 점과 ㅎ아파트 쪽의 피해 정도 등에 비춰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밝혔다. 하지만 재판부는 조망권 및 사생활도 침해됐다는 ㅎ아파트 쪽의 주장은 “한도를 넘어섰다고 보기 어렵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톺아보기: 틈이 있는 곳마다 모조리 더듬어 뒤지면서 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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