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7.06.13 18:34 수정 : 2007.06.13 18:34

1971년 미국 보스턴에서 강주상(사진 왼쪽) 고려대 명예교수의 결혼식에 참석한 고 이휘소 박사(가운데)와 그의 부인 마리안(오른쪽) 여사. 럭스미디어 제공

스승 30주기 맞아 유품 고대박물관 기증한 강주상 명예교수

미 핵전문가와 같이 일해 ‘와전’
친필 논문·노트 등 320여점 전달

물리학자 고 이휘소 박사. 소설 속의 그는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 한국의 핵무기 개발을 돕다 미국에서 의문의 교통사고로 숨진 것으로 그려진다. 하지만 이 박사의 제자인 강주상(66) 고려대 명예교수는 13일 스승을 핵무기의 그늘에서 단호하게 끌어냈다.

“스승님은 핵무기 개발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순수 이론물리학자셨습니다. 소설 때문에 잘못 알려진 거죠.”

이 박사가 미국의 핵무기 개발 계획인 ‘맨해튼 프로젝트’를 이끌었던 오펜하이머와 같은 연구원에 있었던 사실이 와전됐다는 것이다. 강 교수는 이런 오해를 바로잡기 위해 지난해 〈이휘소 평전〉을 직접 쓰기도 했다. 그는 “당시에는 이미 핵무기의 원리가 다 밝혀졌고, 폭탄을 만드는 기술적인 문제만 남았을 때라 물리학자는 필요 없었다”며 “미국 대학 학부생이 핵무기 제조에 관한 졸업논문을 쓰던 시대였다”고 설명했다.

강 교수는 14일 오전 이 박사의 30주기(6월 16일)에 맞춰 자신이 보관하고 있던 이 박사의 연구·강의노트 200여권을 고려대 박물관에 기증한다. 10년 전 이 박사의 부인인 마리안(72)씨가 강 교수에게 맡긴 것들이다. 기증품목에는 이 박사가 자필로 작성한 논문 ‘참(charm)입자에 대한 탐색’(1974년)과 ‘게이지 이론’(71년)도 들어 있다. 강 교수는 “발표 뒤 지금까지도 현대 소립자물리학 연구의 바탕이 되고 있는 귀중한 원고”라며 “이 논문들로 노벨상 수상이 유력시됐었다”고 말했다.

강 교수와 이 박사의 인연은 4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강 교수는 67년 물리학을 공부하기 위해 미국 스토니브룩대로 갔다. 이곳 이론물리연구소에는 30살에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정교수가 될 정도로 탁월한 능력을 인정받던 이 박사가 교수로 와 있었다. 강 교수는 72년 박사학위를 받을 때까지 이 박사 밑에서 공부를 했다.

“전형적인 학자셨죠. 연구와 강의에만 전념하셨습니다. 1주일에 한번씩 저를 따로 불러 특별지도를 해주셨죠.” 이 박사 부인이 만들어주던 김치찌개가 지금도 기억난다고 한다. “연구를 할 때 크게 보라고 말씀하셨지만, 가르칠 때는 정말 자세하고 꼼꼼하게 들춰보셨습니다.”

14일 기증식에는 이 박사의 동생 철웅씨가 소장하고 있던 유품 120여점도 기증된다. 오펜하이머가 이 박사에게 보낸 친필 메모, 이 박사의 육성강연 오디오파일, 논문 친필 초안 등 과학사에 중요한 자료들이다. 미세한 소립자의 세계처럼 눈에 띄지 않게 흩어져 있던 이 박사의 유품들이 한 곳에 ‘융합’하는 셈이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