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학교급식 실시 현황
|
“업체 짬짜미…품질 나빠질라” 우려 목소리
교육청, 수의계약 교체키로…‘공개선정 방식’ 제안
서울시교육청이 현재 대부분 수의계약으로 이뤄지고 있는 학교급식 식재료 조달방식을 전면 경쟁입찰제로 바꾸기로 했다. 학부모의 부담을 줄이고 식재료 남품과 관련한 리베이트 수수 등 비리를 막기 위한 장치다. 하지만 질 낮은 식재료가 공급될 가능성도 커져 논란이 일고 있다.
15일 <한겨레>가 입수한 서울시교육청의 ‘학교급식 식재료 구매방안 개선 및 종합대책’ 문건을 보면, 현재 학교 단위로 진행되는 식재료 구매방식이 2학기부터 인터넷 사이트를 통한 경쟁입찰 방식으로 바뀐다.
조달청이 만든 ‘나라장터 인터넷 사이트’(g2b.go.kr)를 통해 품목 별로 학교에서 공고를 낸 뒤 업체들이 입찰에 참여하면, 그 가운데 1천만원 미만 물량은 예정가격 대비 90% 낙찰률로, 1천만~3천만원 물량은 87.745% 낙찰률로, 3천만원 초과 물량은 최저가 낙찰로 업체를 선정해 계약을 맺는다는 것이다.
시교육청은 최근 이런 지침을 직영급식을 하는 관내 초·중·고교 643곳에 내려보내고, 현재의 남품계약 기간이 끝나는 대로 조달방식을 바꾸도록 지시했다.
하지만 일부 학부모단체와 일선 교사들은 전면 경쟁입찰제가 자칫 저질 식자재 공급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시교육청은 대여섯 개 학교를 하나로 묶어 공동구매제 형태로 입찰에 참여하게 할 계획인데, 이렇게 되면 구매 물량이 3천만원이 넘어 최저가 낙찰이 이뤄지고 결과적으로 질 낮은 식재료를 공급받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성정림 서울 문래초등학교 영양교사는 “품질이 나쁜 식재료들이 아이들 식탁에 오를 가능성이 있고, 친환경 식자재를 공급받는 것도 힘들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업체들간 담합이 성행할 가능성도 높다. 김미경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보건위원장은 “업자들이 돌아가면서 한 업체만 기준에 맞게 쓰고 나머지는 다른 액수를 써넣는 식으로 낙찰을 받는 ‘짬짜미’가 나타날 수밖에 없는 시스템”이라고 말했다.
이빈파 학교급식네트워크 대표는 “먹거리를 입찰로 구매하는 나라는 세계 어디에도 없다”며 “학부모들이 현장에 가서 직접 보고 결정을 하는 공개선정 방식으로 가고, 아이들의 건강과 직결되는 만큼 친환경 식재료를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전석진 서울시교육청 급식담당 사무관은 “참여 업체의 최저 기준을 정하고, 낙찰도 최저가가 아니라 적정가로 적용하면 품질이 안 좋은 식재료가 들어오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창섭 기자 cool@hani.co.kr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