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6.18 07:42
수정 : 2007.06.18 07:42
|
시중에 나온 목초액 제품 비교
|
일반 목초액 보다 2배 비싼 제품 수의계약
친환경마크도 없어…중화제도 혈세낭비 논란
시민단체 “위법”…서울시는 “품평 좋아” 해명
서울시내 쓰레기 소각장 운영업체들이 탈취제로 쓰는 목초액을 조달하면서 일반 제품보다 갑절 넘게 비싼 특정 회사 제품을 사 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또 이 과정에서 친환경 제품 구입 규정까지 어겼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17일 서울시의 위탁을 받아 강남·양천·마포·노원 등 4개 소각장을 운영하는 업체 3곳의 2006~2007년 운영 자료를 보면, 소각장 4곳 모두 ㅊ사의 목초액을 18ℓ에 15만원이 넘는 값에 사들였다. 목초액은 나무를 숯으로 만드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연기를 액화한 것으로, 소각장에서 쓰레기를 태울 때 악취를 없애는 데 사용된다. 시는 지난해에만 18ℓ들이 목초제 1480통 구입에 2억4천여만원을 지출했다.
이 제품은 친환경마크를 받지도 못했고 조달청이 선정한 우수제품에도 포함되지 않았지만, 정작 가격은 인증을 받은 제품들보다 배 이상 비싸다.(표 참조) 인증을 받은 제품들은 모두 20ℓ들이 한 통에 6만원 가량이다.
‘친환경 상품 구매 촉진에 관한 법률’은 공공기관이 물품을 구매할 때 친환경 상품을 사도록 규정하고 있다. 친환경상품진흥원 임현정 공공구매팀장은 “공공기관이 위탁 운영하는 시설이라도 원칙적으로 친환경 상품을 구매할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또 소각장 운영업체들은 대부분의 약품을 입찰을 통해 구매하면서 목초액은 ㅊ사 제품을 수의계약으로 샀다.
소각장에서 산성 물질의 중화에 쓰이는 소석회 구매 과정도 비슷하다. ㅇ사 제품은 조달청 선정 우수제품도 아니고 값도 상대적으로 비쌌지만, 지난해 조달청 우수제품이면서 값도 싼 ㅌ사 제품을 누르고 계약을 따냈다. 올해에도 ㅌ사가 ㅇ사의 1㎏당 136원보다 훨씬 낮은 가격인 91원에 입찰을 했지만, 지난 4월 두 차례나 유찰됐다. 특히 강남 소각장은 그 뒤 ㅇ사와 수의계약을 하려 했으나, <한겨레>가 관련 입찰 정보를 요청한 직후인 지난달 30일 ㅌ사와 계약을 맺었다. 나머지 3개 소각장도 이때 함께 ㅌ사와 계약했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연대’ 팀장은 “서울시 소각장 네 곳 모두 질이 검증되지 않은 제품을 비싼 값에 사는 것은 세금 낭비일 뿐 아니라, 관련 법률에도 원칙적으로 어긋나는 행동”이라며 “서울시와 소각장 운영업체, 납품업체 사이의 관계에 상당한 의혹이 생긴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상열 서울시 자원순환과장은 “2005년 탈취제로 목초액을 처음 쓰기 시작하면서 ㅊ사 제품을 썼는데 이후 악취와 관련한 주민들의 민원이 끊겼기 때문에 이 제품을 계속 써 왔다”며 “소석회는 ㅌ사가 입찰을 하는 과정에서 서류를 소홀하게 준비해 유찰된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관수 강남소각장 소장도 “ㅊ사 제품의 질이 좋아 수의계약했고, 소석회는 <한겨레>가 정보공개를 청구하기 전에 이미 ㅌ사 제품을 쓰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김기태 기자
kkt@hani.co.kr
광고
기사공유하기